사회적농업, 현장부터 찾아라

정책보다 사례 발굴 우선 … 농업의 순기능·가치에 주목해야

  • 입력 2018.03.11 10:36
  • 수정 2018.03.11 10:5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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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박홍규 화백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우린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오더니 ‘이것이 사회적농업’이라고 하더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구에 따라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농업은 그 가치에 맞먹는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들쑥날쑥한 농산물 가격과 먹거리 불안 때문에 농업을 탓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업은 갈팡질팡하는 정부정책에 휩쓸려 중심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생산성 대신 안전성을 택하라고 권하다가 뒤돌아서면 시장개방에 맞서 생산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농민들을 채근했다. 농업의 순기능은 시장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라는 독촉에 휩쓸리다보니 껍데기만 남은 명분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농업을 근간으로 한 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 농을 근간으로 마을 자체가 협동조합의 기능을 했으며 향약과 두레로 공동체를 구성해 협동을 실현했다. 이 공동체가 깨지면서 농민은 급격히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농업을 살릴 대책으로 시장경쟁과 생산성 향상이란 오답만 내세웠다. 이제 그동안의 농정실패를 인정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그래야 농업이 대중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사회적농업을 제시했다. 유럽의 사례를 보고 따왔다는데 사회적농업은 해외선진사례를 그대로 대입해 실현하는 게 아니다. 본래 농업의 가치에 다 담겨있는 내용이다.

올해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이 첫 선을 보인다. 그런데 벌써부터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장 운영도 어려운데 새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야 한다. 전문인력도 필요한데 농촌에선 인력 구하기도 힘들다.” “생존이 문제인데 사업비만 나오면서 프로그램을 돌리라고 한다. 소농들의 수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하는데 이래선 악순환에 빠진다.”

사회적농업마저 관광농업, 6차산업처럼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대농만 참여하는 또 다른 보조사업으로 만들텐가. 으레 농식품부 관료들이 해오던 관행을 답습하면 안하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농협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사회적농업의 필요성과 농협의 역할’ 보고서를 보면 홍성군 행복농장이 전국 최초로 생산기반 치유농업으로 지역의 친환경적 요소와 결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연 행복농장 사람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는 평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정민철 홍성군 젊은협업농장 이사는 “정책을 만들기 전에 사례부터 많이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농업의 정의를 제대로 만들려면 성급한 단정은 금물이라는 뜻이다. 정 이사는 “농촌에선 당연한 삶으로 구성원의 필요에 의해 해온 것이다. 규정을 엄격히 하면 각 현장의 상상력이 사라져 그 틀에 맞추려고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친환경농업조차 본래 환경보전의 의미를 살리기보다 ‘실험실에서 결정되는’ 친환경인증제를 내세워 어그러뜨린 전례가 있다. 사회적농업도 그렇게 망칠건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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