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야…” 밀양송전탑 내부고발 등장

“변전소 확장했으면 송전탑 설치할 필요 없었다”
사업 참여했던 효성중공업 전 차장 내부고발
밀양대책위, 한전 비리 의혹 공익 감사 청구

  • 입력 2018.03.11 10:35
  • 수정 2018.03.11 19:2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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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7일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김민규 효성중공업 전 차장(우측)의 내부고발 기자간담회에서 밀양 주민 구미현씨가 김 전 차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김 전 차장은 담당했던 업무내용을 근거로 한국전력의 밀양송전탑 사업 절차에 많은 비리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밀양송전탑 건설에 참여했던 관계자의 양심선언과 내부고발이 등장했다. 한국전력이 주장하던 밀양송전탑 건설의 당위성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어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한편 밀양송전탑 피해 주민들은 뒤늦은 폭로에 탄식하면서도 “우리가 옳은 길을 가고 있었다”라고 자신하며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한전의 비리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지난 7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김민규 효성중공업(효성) 전 차장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밀양대책위)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밀양송전탑 건설 당시 철탑 납품 업무를 담당하던 김 전 차장의 폭로를 위한 자리였다. 전력영업팀에서 근무하던 김 전 차장은 지난 2015년 내부 문제를 제기하다 해고된 뒤 사측을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주민들 앞에 선 김 전 차장은 먼저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제가 참여한 업무가 마을공동체를 파괴에 이르기까지 만들 줄은 몰랐다”며 “지난 날 지었던 잘못, 그리고 몸담았던 조직의 비리와 사회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아직 첫 직장이고 가정을 이루게 도운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다”며 “이렇게라도 지금 거짓으로 덮여 있는 진실을 밝혀야만 회사와 국가 공공기관인 한국전력(한전)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 2013년, 신양산 변전소의 용량 증설 가능 여부는 밀양을 지나는 송전철탑 및 선로 신설의 당위성을 결정지을 핵심 쟁점이었다. 당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산업통상위원회의 위임으로 40일 간 운영된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에서는 송전선로 신설 반대 측에서 “기존 신양산 변전소의 개폐장치 용량을 8,000A로 현재의 두배로 늘리면 밀양송전선로 설치 없이도 충분히 추가 원전의 전력수송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미 ‘8,000A급 3상일괄형 가스절연개폐기(GIS)’가 실려 있던 효성의 제품 카탈로그를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한전은 “효성의 카탈로그가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3상일괄형 8,000A급’은 현재 기술로 구현이 어렵다는 점을 효성 측과 확인했다”며 일축했다. 또 당시 한전 측 전문 위원(문승일 서울대 교수)은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8년 동안 575억이 소모돼 타당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협의체는 결국 이를 바탕으로 송전선로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김 전 차장은 이날 내부고발을 통해 모든 사실을 반박했다. 우선 효성은 원본 카탈로그에 실린대로 8,000A급 3상일괄형 개폐기를 제조하고 있었으며 본인의 근무 기간 동안 수없이 납품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지난 2010년 경 영광 1·2호기 원전에 들어간 개폐기는 한국수력원자력공사 감사실을 통해 “잘 쓰고 있다”는 답변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변전소 증설에 8년, 565억이 소모된다’는 주장 또한 사실과 다르며, 본인의 경험에 입각해 길게 잡아도 4년, 급한 경우 1년에도 끝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용 또한 아무리 높아도 400억원 아래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즉 기술 측면에서도, 효율 측면에서도 5,500억원 규모의 송전선로를 증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김 전 차장에 따르면 효성은 개폐기 대신 철탑을 납품했다. 그는 한전이 거짓주장을 한 이유에 대해 “이미 답을 정해놓은 사업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전은 이미 2008년 밀양에 설치될 송전탑을 발주해 효성에서 철탑을 납품 받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협의체에서 새 선로가 필요 없게 된다는 결론이 날 경우 엄청난 손해를 볼 입장이었고, 때문에 효성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08년 11월 효성이 이미 송전철탑 사업에서 철수할 방침을 세웠음에도 100% 하도급을 통해 철탑을 납품한 내부 사정까지 자세히 공개했다.

이 모든 고발을 들은 주민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용회마을 주민 구미현씨는 “가슴이 뛰고 먹먹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탄식하면서도 내부고발에 나선 김 전 차장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계삼 밀양대책위 사무국장은 울음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의 투쟁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밀양대책위는 간담회 직후 삼청동 감사원에 방문해 한전의 비리에 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김 전 차장의 폭로 내용을 비롯해 22건의 사건이 청구에 담겼으며, 밀양 주민과 전국의 연대 시민 1,542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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