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연속 인터뷰①]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농협, 협동조합 정체성 찾는 게 핵심”

  • 입력 2018.03.09 14:02
  • 수정 2018.03.11 19:2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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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6년 농협법 개정안 통과로 지난해 초 농협의 지주체제 전환이 완료됐다. 이후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농민·사회단체도 농협 적폐 청산을 요구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또한 국회가 개정 농협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논의하겠다고 만든 농협발전소위원회도 휴면 상태다. ‘농협 개혁’ 목소리가 잦아드는 형국이지만 “농협이 문제”라는 농민들의 성토는 여전하다. 매월 농협 전문가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농협 개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합회’ 체제 다시 고민해야 … 지역농축협, 사회적 책임 더 강화돼야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농민으로서 농협 개혁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다.

지난 7일 농민의길 총회 장소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개방농정이 가속화되던 시절 농촌에 뛰어들었고, 시름하던 농촌에서 협동조합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농협 문제에 눈을 뜬 것도 그때다.

김 회장은 “한국농업의 구조상 농민이 농협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기에 농협 개혁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농협이 태생적으로나 운영상으로나 여러 한계나 문제가 있지만 지금도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은 “농협은 자꾸 커지는 반면에 농민은 초라해지기만 하니 여전히 농협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며 “농협중앙회도 지역농축협도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게 핵심이다. 무늬만 협동조합이어선 안 된다. 농협 개혁을 위해선 무엇보다 농민조합원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예정된 만큼 협동조합 정체성으로 무장한 깨어있는 농민조합원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했다.

- 현재의 농협, 어떻게 진단하나

농협법 개정 뒤로 농협은 지주회사의 완결 구조를 갖췄다. 자본의 방식으로 지주체제를 최종 도입한 것으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잃은 구조다. 이는 농협중앙회 구성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이후 농협을 포기했다고 할 정도로 고민을 안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서다.

실제로 지주체제가 들어서며 지역농축협과 농민조합원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 동안 문제가 된 경제사업에 있어 지역농축협과의 경합도 더 심해질 것이다. 최근에 전국한우협회가 제기한 사료 문제 등이 그 사례다.

농협중앙회가 사업구조를 가져선 안 된다는 게 농민들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농정활동과 교육지도사업 기능만 해야 된다. 이젠 거대 기업이 됐다. 자회사도 그만큼 늘어났다. 자회사도 한마디로 농협중앙회 출신들의 고용창출 수단밖에 안 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농가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하는 것도 결국엔 농협의 문제를 가리기 위한 위장막이고, 정치적 쇼맨십이라고 본다. 실질적인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선 지역농축협부터 농민조합원들의 작부체계는 어떻게 하고 판매 전략을 짜는 등의 실천 전략이 동반돼야 하는데 없다. 지역농축협이 정부 통계가 아닌 실제 농민조합원의 소득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 농협 개혁,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농협이 진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연합회’ 체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다시 있어야 한다. 농협중앙회의 사업적 기능을 완전히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고, 이런 사업구조를 지역농축협에 돌려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농협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또한 농협은 이명박·박근혜정권에서 그 하수인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난 부분도 평가해야 한다.

경제사업을 보면 시장경쟁력이 없는 점도 문제다. 구조적으로 고비용, 저효율인 점, 전문성 결여 등이 가장 큰 문제다. 하나의 사례가 NH네트웍스다.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데 자신들이 원청을 맡고 외주를 주는 형식이다.

또한 농협중앙회가 무이자자금 지원 등을 명목으로 지역농축협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문제도 개혁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지급 원칙과 현황 등을 밝혀야 한다.

- 지역농축협에 대한 고민도 많은 걸로 안다

지역농축협에서 제일 큰 문제는 농민조합원의 대리인이라고 하는 임원, 대의원이다. 전문성도 부족한데다 하나의 권력이 되는 것이다. 특히 도시형농협은 한 번 권력을 잡으면 어느 누구도 감히 덤비지 못하는 기득권을 갖게 된다. 선거제도가 바뀌고 있지만 민주적 절차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에 준하게 개선돼야 한다.

더불어 지역농축협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임원과 대의원의 전문성, 경영기법을 지속적으로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사업이 필수다. 또한 대리인 기득권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조합장 연봉이 보통 1억원에 근접하는데 이런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

또 규모가 큰 지역농축협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비상임조합장을 두도록 했는데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조합장이 권력은 누리고 문제가 생기면 빠져나가는 구조다.

선거철 반복되는 무자격조합원 문제는 무자격조합원과 원로 조합원은 구분해서 풀어야 한다. 지역농축협을 만들어온 산증인인 원로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시켜야 한다. 무자격조합원 문제, 특시 도시형농협에서 영농은 하지 않으면서 권력을 누리는 부분은 타파해야 한다.

농협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면 로컬푸드, 지역먹거리 플랜, 학교급식은 가치와 철학이 중심에 있다. 사회운동에서 출발해 만들어진 것인데 결과적으로 농협을 통해 사업이 추진되지만 지역농축협에선 기능이나 물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결국 사회운동을 해온 사람들이 봤을땐 죽 쒀서 개주는 꼴이다. 농협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사회적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가치나 이념, 정체성이 결여되다 보니 지역농축협끼리 경쟁하고, 경제사업에서도 자본의 논리가 도입된 게 많다. 수입농산물을 취급하는 것도 그래서다. 농민조합원을 중심으로 한 경영구조, 평가구조를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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