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 서울시와 농식품부가 지속가능한 학교·공공급식과 도농상생 정책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쌀 생산조정제로 콩, 유채 등 대체작물로 재배하고, 그것을 원료로 해 가공한 전통 장류, 유채유 등을 서울시 학교, 어린이집 등과 같은 공공급식시설에 식재료로 공급하기 위해 서울시와 농식품부가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같이 생산조정제와 공공급식을 직접 연계하는 방식은 그동안 농민단체와 급식운동 진영이 꾸준히 주장해 왔던 것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받아들여 실현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본지도 이러한 방안을 수차례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 모두 이 사안에 대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에 서울시와 농식품부가 체결한 업무협약을 실효성 있게 만드는 핵심 조건이 바로 공적 조달체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서울시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 6개 자치구 공공급식지원센터 등과 같은 공적 조달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 쌀 생산조정제와 공공급식을 직접 연계하기로 한 조달체계도 공공급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즉, 이미 공적 조달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가 공공급식과 쌀 생산조정제의 대체작물 가공식품을 직접 연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번에 농식품부가 e-aT 등과 같은 전자조달 방식이나 시중조달 체계를 활용해 공공급식과 연계하려고 했다면 업무협약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자조달 및 시중조달 방식으로는 쌀 생산조정제와 공공급식을 직접 연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고, 연계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이번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면 우선 경기, 충남 등 공적 조달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부터 먼저 확대하고, 그렇지 않은 지자체의 경우 공적 조달체계 구축을 선행하도록 해야 한다.
공적 조달체계라는 핵심조건을 무시하고 전자조달 및 시중조달 등과 같은 방식에 공공급식을 직접 연계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관료들의 무지한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일회성 이벤트 내지 생색내기용 홍보효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농정관료들의 책상물림이 만들어낸 수많은 오류들을 떠올릴 때, 이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