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탈영실정증

  • 입력 2018.03.04 12:16
  • 수정 2018.03.04 12:19
  • 기자명 최정원(전북 익산시 춘포면 보건지소 공중보건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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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전북 익산시 춘포면 보건지소 공중보건한의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선거 이후, 한국사회는 연일 변화 중에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전직 대통령 한 명은 감옥에서 수사를 받고 있으며, 또 다른 한 명은 수사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부동산대책, 가상화폐대책 등 사회에서의 투기적 요소를 억제하는 다양한 정책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과정에 누군가는 지위가 높아질 것이고, 누군가는 지위가 낮아질 것입니다. 누군가는 돈을 벌 것이고, 누군가는 돈을 잃을 것입니다. 지위가 낮아지거나 돈을 잃는 경우를 한의학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병명을 붙여 인식하고 있었고,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탈영실정증(脫營失精證)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떵떵거리는 귀족으로 살다가, 후에 가문이 망하여 천민이 돼 생기는 병을 탈영증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돈이 많아 부자로 살다 후에 돈을 다 잃어 가난해지는 병을 실정이라고 합니다. 탈영의 영(營)과 실정의 정(精)은 모두 우리 몸의 근본을 이루는 구성물질로 한의학에서는 바라봅니다. 지위를 잃거나 돈을 잃으면 우리 몸의 구성물질의 불균형이 온다고 인식한 것입니다. 바깥의 기후변화로 생기는 병은 외인(外因), 속병으로 생기는 병은 내인(內因)이라고 합니다. 탈영실정증은 전형적인 내인병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을 살펴보면 △체중 감소 △오한(으스스 춥다) △때때로 깜짝깜짝 놀람 △식욕부진 △나른해지고 의욕 없음 등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장애지요.

이러한 일체의 신경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한의학의 대표처방으로는 천왕보심단과 우황청심원이 있습니다. 둘 다 한의원에서 처방이 가능하고, 약국에서도 효능과 성분의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의약품 종류들이 많습니다. 그 두 가지를 간단히 비교해보겠습니다.

먼저 우황청심원. 핵심 약재는 우황이지요. 우황은 소의 쓸개에 있는 담석을 건조해 가루로 만든 것입니다. 성질은 서늘하여 열성질환에 사용됩니다. 원래 우황청심원은 초기중풍에 주로 사용됐습니다. 갑자기 풍을 맞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정신이 어렴풋하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입과 눈이 비뚤어지며 손발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진정시키는 용도로 쓰였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많이 먹곤 하지요.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약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의사의 상담은 필수이며 시험 치기 전에 꼭 미리 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천왕보심단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신기를 보하여 가슴 뛰는 증상을 억제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황청심원을 안정제라고 한다면 천왕보심단은 보약에 가깝지요. 핵심 약재는 건지황, 인삼, 당위 등으로, 기혈을 보충해주는 약재들입니다. 그리고 석창포, 황련, 원지 등 마음을 안정시키는 약재들이 추가로 들어갑니다. 우황청심원보다는 만성병 쪽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탈영실정증이라고 판단되면 급할 때는 우황청심원을, 증상이 만성적이고 오래간다면 천왕보심단을 꾸준히 먹어주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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