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매 지원하랬더니 흑자 결산?

농협, 쌀값 안정 위해 상호금융 예치금이자 조기 정산 ... “지역농축협 흑자 결산에 성과급 잔치” 비판 일어

  • 입력 2018.03.04 12:13
  • 수정 2018.03.04 18:5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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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중앙회가 상호금융특별회계 예치금이자를 추가 정산하며 전국의 지역농축협에 발송한 2016년(왼쪽)과 2017년 공문. 두 공문을 비교하면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예치금이자를 조기 정산한 이유가 농민 실익을 위해 쌀 수매에 쓰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쌀값 안정화 등을 목적으로 전국의 지역농축협에 상호금융특별회계 예치금이자 5,000억원을 조기에 추가 정산했지만 다수의 지역 농축협이 흑자 결산에 이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 전망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10월 ‘2017년 상호금융특별회계 예치금이자 추가정산 조기실시’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국의 지역농축협에 발송했다. 이 공문엔 “각 농축협에서는 예치금 추가정산 이자가 범농협 추곡수매 지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명시돼 있다.

기존에 이뤄졌던 추가 정산은 건전 결산이 중심이었다면 지난해엔 쌀값 안정화가 주요 목표였던 셈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농축협에선 “우리가 맡긴 돈을 왜 농협중앙회가 감 놔라 배 놔라하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인기를 끌기 위한 월권”이라며 항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농협중앙회도 건전 결산을 위해 이용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의 조기 정산 목적에 건전 결산 지원도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기획부 관계자는 “평소 12월에 이뤄지던 추가정산을 2개월 앞당긴 것은 농협차원의 쌀값 안정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역농축협이 쌀 수매 등에 자금을 쓰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라며 “하지만 회계처리 등을 법적으로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쌀값 안정을 위한 지침을 공문에 명시했음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견인할 방법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 광역본부나 시군지부에서도 팔짱만 끼고 방치했다는 게 농민들의 목소리다. 또한 벌칙 규정도 없었다. 이렇다보니 일부 지역농축협에선 예치금이자를 수익으로 잡아 흑자 결산을 만들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쌀값 안정화를 위한 조기 정산은 말 뿐인 지침이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농협중앙회는 지역농축협에 지급된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현황파악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강원과 경기, 충남 등 전국의 각 지역농축협 총회를 앞두고 치러진 최근 감사에서 드러났다. 매년 반복되는 쌀값 폭락으로 고통을 반복해온 농민들의 입장에선 농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야 할 돈이 사라진 셈이라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강원도의 한 농민은 “농민에게 주면 돈이 없으니 결국엔 지역농축협이 상여금 잔치하려고 한 것”이라며 “농민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농민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의 한 농민도 “결국엔 농협중앙회도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지역농축협은 쌀값 안정 등의 본연의 임무는 안하고, 반성도 없이 쌀농가 때문에 다른 농민도 피해본다고 죄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민들의 성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에서도 현황 파악과 함께 향후 대응을 구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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