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다!

전국농민 통일문화제 참가기

  • 입력 2018.03.04 11:56
  • 수정 2018.03.04 19:44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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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성사! 남북농민교류 실현! 전국농민 통일문화제’에 참석한 농민들이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으로 이동해 단일기를 흔들며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아니 목요일에 가는 걸 오늘 이야기하면 어떻게 조직을 하냐?” 월요일 긴급 상임위를 농민회에서 진행했다. 명절이 사이에 있다 보니 농민통일문화제 논의가 늦어졌다.

방극완(전북 남원)

“평창올림픽에 북녘동포들도 참석해서 평화 올림픽을 치르고 있으니 우리도 가서 통일의 분위기를 높여야죠.”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기로 하고 수요일에 인원을 파악하기로 했다.

버스 한 대는 가기로 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웬걸, 수요일에 확인해보니 37명이 조직돼 버스 한 대는 채울 수 있었다. 시장이 집결지를 방문해 “통일의 분위기를 농민회가 잘 만들고 오세요”라고 인사해줬다.

버스에는 가족 단위의 회원이 많아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고 집회보다는 즐겁게 가족 야유회를 가는 마음으로 향했다.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뒤 2시까지 강릉에 도착하기로 했는데 강릉 입구에서 차가 좀 막히기 시작했다. 선수단 숙소가 저 멀리에 보이고, 세계인들의 축제인 만큼 여러 나라의 국기를 단 선수들 모습도 보인다.

조금 늦게 강릉의 한 거리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한반도 단일기가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단일기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그런데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다는 문자가 오고, 8도 아리랑을 끝으로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으로 급하게 이동하게 됐다. “북쪽 응원단과 취주악단 공연을 보러 가는 겁니다. 일정이 급하게 바뀌어서 죄송해요.” 버스로 이동하면서 전농에선 회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방송을 했다.

“우와 저쪽 봐요, 저쪽!” 버스에 탄 한 회원 아들이 소리친다. 이제 막 공연을 시작했는지 사람들이 정신없이 모이기 시작했다. 차에서 하차해 외친 “깃발 따라 오세요”를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우리 회원들이 보인 재빠른 몸놀림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다들 앞장서서 공연장으로 향해 깃발은 제일 마지막으로 이동했다. 경쾌한 음악소리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공연을 관람하려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현재 남북의 상황을 대변이라도 하듯 경찰들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했다. 예쁜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에 “잘한다”를 연신 외치는 회원들도 있었다.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다는 회원 중 한 명은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한다. 악수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받기에는 충분했나 보다. 공연 도중 전농 광전연맹 회원들이 조국통일을 외치며 기차놀이를 하고, 북쪽응원단이 “우리는”이라 외치면 이쪽에선 자연스럽게 “하나다”를 외쳤다. 북이 “조국”을 외치면 우리는 “통일”을 목 놓아 외쳤다.

지난달 23일 고성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 통일기원제에서 농민들이 장승을 세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공연이 마무리될 때까지 ‘우리는 하나다’와 ‘조국통일’을 수없이 외쳤다. “농민회원 여러분 우리의 소원을 같이 불러봅시다.” 어디서 준비했는지 앰프를 통해 선창을 하자 남북이 하나가 돼 노래를 불렀다. 눈물을 보이는 북측 응원단의 모습도 보이고 “꼭 다시 만납시다”를 외치는 사람들도 보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념촬영 후 다시 버스로 몸을 실었다.

사진과 동영상을 농민회 밴드에 올리고 회원들 간에 서로 공유 중이다. 고성 숙소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하고, 달집태우기 행사는 화재의 위험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각 도연맹 별로 진행한 뒤풀이에서 간만에 회원들과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다음날 다른 일정이 있어서 새벽같이 속초터미널로 혼자 나왔다. 회원들에게 물어보니 통일전망대 출입관리소 마당에 ‘평화통일대장군과 민족공조여장군’ 장승을 세우고 전국농민 통일기원제도 지내고, “민족공조만세! 조국통일만세! 통일농업만세!” 만세 3창을 하고 마무리 되었다고.

우리 농민회는 올해도 통일모내기를 진행하기로 날짜까지 확정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후에는 남북농민들이 실제로 만나 진정한 통일한마당을 진행할 날을 같이 준비하기로 하고 1박2일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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