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약처만 빠지면 돼

  • 입력 2018.03.04 00:06
  • 수정 2018.03.05 09:2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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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플랜’은 먹거리의 전 순환과정과 그 과정에서 나오는 파생가치들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먹거리정책이다. 특히 농업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필연적으로 정책의 밑바탕에 깔게 된다는 점에서 기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서울시의 발빠른 푸드플랜 수립에 이어 지난달 말 농식품부가 푸드플랜 선도지자체 9개소를 선정하면서 지역 푸드플랜 구축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울렸다. 기저에서 푸드플랜 구축을 뒷받침해온 시민·농민단체들의 노고가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이들 시민·농민단체들로 하여금 푸드플랜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초국적 농업기업? 농약회사? 틀렸다. 대한민국 총리실 직속 ‘식품의약품안전처’다.

보건복지부 산하 식약청을 총리실 산하 처로 승격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작품이다. 격상된 식약처는 농식품부의 식품안전관리 업무 일부를 넘겨받았고 최근엔 살충제계란 사태를 구실삼아 농업분야 전반을 컨트롤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규제 전문기관인 식약처가 주도하는 정책방향이 농업의 가치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푸드플랜의 첫 출발지가 될 공공급식 분야에 식약처가 노골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그동안 시민·농민단체들이 쌓아놓은 푸드플랜의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무척 다분하다.

푸드플랜은 다양한 가치에 대한 존중,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문재인정부의 지향점과 가장 잘 맞닿아 있는 정책이며, 폭넓은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이상적인 정책이다. 힘껏 굴러가고 있는 바퀴를 구태여 멈출 이유는 어디에도 없건만, 어쭙잖은 식약처를 여전히 손에 쥔 채 갈팡질팡하고 있는 건 역시 농업에 대한 현 정부의 철학이 아직 일천한 탓으로 판단한다.

정부와 일개 지자체를 비교하는 것이 퍽 미안스럽기는 하지만, 서울시의 괄목할 만한 푸드플랜을 한번 들여다보라. 농업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만 갖고 있다면, 푸드플랜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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