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묘목, 문제 생겨도 나 몰라라?

바이러스 검정 의무 추가됐지만
대다수가 규격묘로 표시·판매
문제 발생해도 보상받기 힘들어

  • 입력 2018.03.03 22:3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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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열대과일 묘목 구입을 위해 계약금을 지불한 뒤 바이러스가 발생해 묘목을 수령하지 못했음에도 계약금은 되돌려 받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다.

과수 등 묘목에 이상이 있을 경우 짧게 1년에서 길게는 몇 해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어 묘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몇몇 업체에서는 국립종자원이나 중앙과수농협연합회 산하 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에서 검정 받은 ‘자체 보증묘’를 판매하기도 한다.

자체 보증묘를 유통·판매하는 업체는 센터에 의무적으로 ha당 1,000만원의 피해보상적립금을 납입해, 묘목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손실 보전적 보상을 하게 돼있다. 하지만, 2018년 2월 기준 자체보증묘목을 판매하는 업체·농업기술센터는 42개소에 불과하며 검정을 받아 유통·판매되는 과수 역시 사과·배·포도 정도로 한정된다. 때문에 이제 막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열대과일류의 경우 묘목을 취급하는 업체 자체도 워낙 적고 판매되는 보증묘가 없어 문제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이다.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과수묘목의 바이러스 감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간 유통되는 300만~400만주 중 약 30~50%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2016년 밝힌 바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 농식품부)는 지난 2016년 ‘무병묘목 생산·유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2025년까지 주요 6대 과종(사과·배·포도·복숭아·감·감귤)의 무병묘 공급률을 80%까지 향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제시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2018년부터 보증묘목에 바이러스 검정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추가됐다. 하지만 묘목을 판매하는 모든 업체가 검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6대 과종의 자체검증묘목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통·판매되는 대다수의 규격묘는 검정을 받을 필요가 없고 문제 발생 시 묘목을 판매한 농가에게 보상을 해야 할 의무도 없다. 이에 묘목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농가는 비단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품질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오히려 이듬해 묘목을 구입하기 위해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재구매를 해야 할 정도다.

변화하는 기후의 영향으로 국내 열대과수 재배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며 정부도 이를 장려하고 있다. 나 정부가 주요한 6대 과종의 무병묘 생산에 집중을 다하고 있는 사이 농가와 묘목 업체 간 보이지 않는 갑을관계의 형성으로 농가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 대책마련이 필요한 실정인데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6대 과종을 커버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전문적인 장비와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데 여건상 어려운 점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책 없는 장려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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