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지역이 서야 나라가 산다

  • 입력 2018.02.25 21:50
  • 수정 2018.02.25 21:53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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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음식 맛이 최고인 것도 아닌데 손님이 끊이질 않고 영업을 지속하는 지역의 식당이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지역민이 운영하는 식당이란 것이죠. 아는 안면에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입니다. 식당뿐 아니지요.

구점숙(경남 남해)

지역의 자그마한 카센터가 엔진오일 교체하고 타이어 손보는 정도의 기능만 해도 영업을 계속합니다. 시내에 더 크고 나은 자동차 서비스센터들이 있음에도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단골 고객들이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죠.

지역의 산업은 이렇게 서로 간의 안면으로 유지·발전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혹자는 안면장사여서 식당의 음식 맛이 별로고 서비스 질도 낮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도 합니다.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 허나 최고 수준은 아니어도 주인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것이겠죠. 우리 모두 내가 하는 일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것처럼요.

안정적인 지역사회가 주는 이점은 중소상공인들에게 도움 되는 정도의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고 깊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두통이 없을 때 머리가 있다고 못 느끼고, 허리가 안 아프면 허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요.

미처 몰랐던, 폭넓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많은 ‘지역’이 불행하게도 유지·발전되기 어렵다고들 전망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불거진 문제도 아니거니와 한두 가지의 이유도 아니지만, 급속한 산업화에 뒤이은 농어업의 몰락이 가장 주범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이제 대규모의 전업농도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니 지역이 더욱 더 축소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그 와중에 경북 군위군의 ‘대추모형 화장실’ 사건은 여러 가지를 시사합니다. 언론이 지적하는 대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죠. 지역 사람들이 진정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 없이 과거처럼 시설을 만드는 것에만 익숙한 지자체들의 정책수준이 어울리지 않는 화장실 만들기로 귀결됐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뉴스의 방향과 다르게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로는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화장실은 간단하게 지어야 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여타 지역의 여러 시설들이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튀는 것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얼마 다니지 않는 다리 난간의 알록달록한 조명이 밤새 반짝거리기도 하고, 언제 문 닫을 지 모를 오일장에도 오밀조밀한 조형물을 설치해 사람들이 붐비기를 기대합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고뇌와 기대가 담겨있고 그만큼의 우려가 섞여있을 것입니다. 만약 인구대비 시설 수준을 고려한다면 지역은 그 모든 투자에서 후순위가 될 것입니다. 지금보다 지역불균형은 더 커질 것이고 우려하는 것처럼 지역소멸이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에 필경 선거대비 전시행정, 성과주의 등 그릇된 해법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지역민이 나서야죠. 우리 지역은 내가 지킨다! 올 한 해 화두를 삼아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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