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마을공동체 파괴’, 이번엔 입증될까

밀양대책위 “한전, ‘합법적 틀’ 만들어 향응 제공했다”

  • 입력 2018.02.25 11:41
  • 수정 2018.02.25 11:4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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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13년째 송전탑과 싸우고 있는 밀양 주민들이 “정부에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를 요구했지만 한전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직접 감사 청구에 나섰다. 한전의 마을공동체 파괴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가 모여 상황을 반전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밀양대책위)는 지난 1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벌어진 한국전력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의 청구인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밀양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사 청구를 위해 그동안 모은 자료의 일부를 공개했다. 대책위는 밀양송전탑 건설 강행으로 인한 갈등이 한참이던 지난 2013년 8월 결성된 ‘밀양송전탑 특별지원협의체’의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주민대표 10인과 위원장, 공무원 등 21명으로 구성된 이 협의체는 구성 과정에서 대책위를 배제한 채 관변 성향의 주민들만을 주민위원으로 선출해 ‘반쪽짜리’ 협의기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는 2016년 초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모든 회의록과 자료를 폐기했는데, 이 사실을 밝힌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국회의원은 “밀양송전탑은 대표적 공공갈등 사례로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해 자료를 유지·보관하는 것이 당연하며 한전의 예산으로 집행됐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 공공기록물”이라며 무단파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이 공개한 한전의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이 협의체가 90회의 실무·본회의를 하는 동안 구성원 1인당 최대 2,040만원을 회의비 명목으로 지급했으며, 30차 본회의는 16명의 식대로만 약 300만원이 지출됐다. 또한 다과비로 보드카를 구매하거나 1,000여만원을 지출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는 등 경비 사용에 있어 숱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밀양대책위는 이를 ‘협의체라는 합법적인 틀’을 이용한 한전의 향응제공이라 보고 있다.

밀양대책위는 자료를 보충한 뒤 한전을 대상으로 △조달 과정에서 자행된 납품 비리 및 비자금 조성 의혹 △협의체 자료 조작 및 기망 의혹 △밀양송전탑 타당성 및 노선 선정 과정 의혹 △주민 기만·매수 행위 의혹 △주민 불법 행위로 인한 마을공동체 파괴 등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한다.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청구처리 규정에 따르면 공익감사 청구를 위해서는 국민 3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에 대책위는 다음달 7일까지 연명부를 작성해 감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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