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S, 모르면 재앙인데 … 농민들은 모른다

등록된 농약 외 쓰면 처벌
농가 단기간에 인지 어려워

  • 입력 2018.02.25 00:16
  • 수정 2018.02.25 00:1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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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내년부터 전면시행될 PLS(Positive List System)는 지금까지의 제도인 NLS(Negative List System)와 완전히 상반되는 개념이다. NLS가 사용 금지 농약성분을 정해놓고 “이것만 안쓰면 된다”고 말하는 반면 PLS는 사용 가능 성분을 정해놓고 “이것만 써야 한다”고 말한다. 즉, 작목별로 농민들이 쓸 수 있는 농약이 기존보다 대폭 제한되는 것이다.

가령 A작물에 병충해가 왔는데 약제가 잘 듣지 않는다고 B작물 농약을 소량이라도 사용해 봤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A작물에 등록되지 않은 성분이 0.01ppm만 검출되면 작물 폐기와 함께 농가는 법적 처벌까지 받아야 한다.

등록된 성분 수가 적은 작물일수록 더 큰 문제다. 농식품부가 분류하고 있는 농작물 357개 중 등록 성분이 전혀 없는 작물만 해도 216개에 이른다. 뜻하지 않은 병충해를 만나도 쓸 수 있는 농약이 극히 제한되거나 아예 없는 일이 발생한다. 급해서 적당한 농약을 조금이라도 쳤다가 적발되면 처벌이다.

위험은 숱하게 도사리고 있다. 농가 스스로 미등록 약제를 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항공방제나 교차재배 등으로 인해 비의도적 혼입이 있을 수 있고, 버섯의 경우엔 배지의 잔존 농약이 큰일을 초래할 수 있다. 억울하기로 치면 살충제계란 이상이고, 파급력으로 치면 미허가축사에 준하는 일이 경종농가에서 바로 내년부터 속출할 수 있다.

문제는 정작 농민들이 이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홍보가 충분하지 못할 뿐더러 단기간에 숙지하기엔 내용 자체가 복잡하고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농민들은 PLS에 대해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드물게 교육에 참석한 농민도 “들어도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PLS를 전면시행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농산물 안전관리에 기계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현장 상황을 고려해 융통성을 발휘하려는 농진청의 줄다리기가 제법 치열하지만, 기본적인 구도는 식약처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농진청이 뒷수습하는 모양새다.

물론 수습은 온전치 않다. 농진청이 올해 예산을 5배로 늘려 1,670개의 농약을 직권등록한다지만 그렇다 해도 터무니없이 적다. ‘완전무결’한 상태를 만들려면 1만1,000개 정도의 농약 추가등록이 필요하다.

PLS를 전면시행해도 수입 농산물은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국내에서 등록되지 않은 물질이라도 수출국 잔류기준이 식약처의 인정을 받으면 해당 국가의 기준대로 들여올 수 있다. 반면 국산 농산물은 에누리 없이 0.01ppm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 2015년의 잔류농약 단속실적을 PLS 기준에 대입해 보면 부적합률이 1.7%에서 6%로 높아지고, 이 중 소면적 재배작물 부적합률은 7.5%에서 23.3%로 높아진다. 어디까지나 계산상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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