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44] 이동식 5.5평 작은집 농막

  • 입력 2018.02.23 15:16
  • 수정 2018.02.23 15:18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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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은 원래 농장에서 일하다가 잠시 쉬는 곳으로 컨테이너를 개조해 많이 이용했다. 그러나 요즘은 농막에도 전기 주방기구 등 편의시설도 설치할 수 있고, 내가 사는 양양은 화장실도 허락을 받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귀농, 귀촌이 늘어나면서 불법으로 오하수를 방출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양성화 해 관리하겠다는 것이 양양군의 방침인 것 같다.

나는 지난해 11월말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운영하는 작은집짓기학교(충북 괴산)에서 12명의 동기생들과 함께 경량목구조 집을 짓는 방법을 배웠다. 이 때 직접 지은 5.5평 작은집을 며칠 전 드디어 농장으로 옮겼다.

작은집 농막을 옮기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학교가 있는 제천에서 우리 동네까지는 11톤 저상 크레인차를 이용해 마을 큰 도로까지 운송하면 됐다. 마을 도로에서 농장까지가 문제였다. 산길로 조금 올라가야 하는데 길이 좁아 11톤 크레인은 못 올라가고, 지게차가 작은집을 들어 올려 5톤 트럭에 옮겨 싣고 밭으로 올라가면 지게차가 다시 들어서 내려놓는 방법으로 작업했다. 집이 옮겨지는 사이 농장에서는 포클레인이 작은집을 놓을 장소를 미리 다듬고 기초를 만들었다.

처음에 소개받은 5톤 트럭 기사님은 길이 나쁘고 집이 무거워 작업을 못하겠다고 그냥 가버리는 바람에 난감하기도 했다. 긴급하게 경험 많은 5톤 트럭 기사님을 섭외했지만 문제는 밭 입구까지는 왔는데 작은집을 밭 가장자리로 옮기는 작업이 수월치 않았다. 작은집은 농막 크기이지만 제대로 지은 집이기 때문에 무게만도 3톤이 넘게 나갔다. 지게차가 작은집을 들어 올려놓을 곳까지 약 20미터는 밭을 가로질러 가야하는데 포클레인이 앞에서 줄로 연결해 끄는데도 불구하고 지게차가 자꾸 빠지면서 집이 기우뚱 거렸다. 그때마다 집을 다시 내려놓고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드디어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거의 하루 종일 실랑이를 하고서야 일단 제자리에만 놓는 데 성공했다. 농막에는 농사용 전기를 사용할 수 없고 가정용 전기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 그래서 오후에는 미리 섭외해 놓았던 전기기사가 가정용 전기선을 연결해줬다. 4시 반이면 벌써 어두워지는 겨울의 산골 작은집에 불이 들어오니 그런 대로 멋져 보였다. 하루 종일 수고한 포클레인 기사님, 지게차 기사님, 5톤 트럭 기사님, 멘토님, 작은집짓기학교 교장선생님 내외분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직 정화조도 설치해야 하고 데크도 있어야 될 것 같다. 금년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3~4월까지 잘 정리 정돈해 이쁘게 만들어 놓을 작정이다. 농사일 하면서 쉬기도 하고, 직접 지은(비록 12분의 1이지만) 5.5평 작은집 농막 창가에 앉아 내가 키우는 사과나무와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지인들과 차도 한잔하고 글도 쓰고 책도 볼 것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나는 너무나 복 받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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