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경 개선하자면서요?

  • 입력 2018.02.23 15:07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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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팀워크’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경기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해당 선수들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의 처벌을 요청한 청원글의 추천수는 3일 만에 56만명을 돌파했다.

3명이 한 팀으로 이뤄진 팀추월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결승선을 향해 나아간다. 승부는 제일 뒤에 위치한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개인역량보다 팀을 이룬 선수들의 팀워크가 핵심이다. 이에 실패한 우리나라 대표팀은 국민들로부터 호된 야단을 맞고 있다.

여기 또 팀워크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미허가축사 적법화다. 팀추월 경기에 빗대자면 정부-지자체-축산농가는 ‘미허가축사 적법화’라는 결승선을 향해 한 팀이 돼 달리고 있다. 이 경기에서도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축산농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실상 축산농가가 결승선으로 가는 길은 끊겼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여하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축산농가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정부와 지자체에 이 부분이 어렵고, 저 부분은 현실성이 없다고 꾸준히 외쳐왔다. 그러나 끌어주고 밀어주는 동료는 없었다. 결국 낙오된 축산농가는 거리로 나와 결승선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나서 팀의 결승선 통과 시간(행정처분 유예기간)을 예정보다 늦췄지만 결승선으로 가는 길(특별법)은 마련되지 않았다(22일 현재).

그런데 여기서 잠깐, 결승선만 보고 달리느라 잊은 것은 없는지 돌아봐야한다. 미허가축사 적법화의 목표는 적법화가 아니라 축산환경 개선이다. 기록에 쫓겨 진짜 목표를 잊은 것은 아닐까. 정말 축산환경 개선이 목표라면 축산농가가 정부와 국회에 애걸복걸하도록 만들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함께 찾아봐야하는 것 아닌지, 축산 대규모 폐업을 목전에 두고 미허가축사 적법화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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