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마지노선 쪽파 1상자, 1만원대로 폭락

예산 쪽파 재배농민들의 고민

  • 입력 2018.02.09 13:35
  • 수정 2018.02.09 13:4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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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6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곽대환씨가 쪽파 등 시설 채소 가격 하락이 가져온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곽씨는 “무엇보다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을 그만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6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장동진씨의 시설하우스에서 주민들이 쪽파를 다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요즘 충청남도 예산군의 하우스 농산물 가격이 말이 아니다. 가격은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에서 제반 생산비용은 오른다.

곽대환씨는 예산군 신암면의 총 5,700여 평, 38동의 하우스에서 쪽파농사를 짓는다. 오는 12일부턴 봄배추를 심는다. 봄배추 출하 뒤 4월말~5월초엔 수박을 심는다.

곽씨는 “작년과 올해 내내 쪽파와 배추, 수박 가격이 안 좋았다”고 했다. 시장에 들어가는 쪽파 1상자 당 4만원은 나와야 좀 안정적이고, 상자 당 3만원이면 ‘마지노선’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곽씨가 납품하는 쪽파는 상자 당 2만7,000~2만8,000원 수준이다.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곽씨는 “9월에 쪽파를 정식하고 설 명절까지 작업한다. 근 6개월 간 온갖 투자비와 관리비를 들여야 한다. 비용은 오르는데 농산물 시세는 떨어져 고민”이라 말했다.

쪽파 한 상자 당 2만7,000~2만8,000원대 가격선도 붕괴되는 경우가 잦다. 마찬가지로 예산군 신암면에서 쪽파 농사를 짓는 장동진씨는 “쪽파 한 상자 가격이 1만원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여줬다. 문자엔 각 시기별 장씨가 재배한 쪽파 한 상자의 가격이 나와 있었다. 2017년 9월 25일 1만3,000원, 2018년 1월 25일 1만1,000원, 1월 30일 1만3,000원… 그야말로 농민들 입장에선 바닥을 깐 것과 진배없는 가격 수준이었다. 장씨는 “상자 당 3만원은 나와야 그나마 이런저런 농자재비 및 인건비를 제하고도 돈이 좀 남는데, 어째 계속 1만원대 수준이다. 하기야 농민들 입장에선 농산물 가격 폭락은 일상이나 가격 폭등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남은 돈 중 일부는 판로 확보를 위해 계약을 맺은 중간상인들과 노동자를 주선한 용역사무소가 가져간다. 장동진씨의 경우, 한 동 당 생산한 배추를 중간상인에게 납품해 25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시세가 안 좋단 이유로 중간상인들이 운임비용, 경매가 등의 보전을 주장하며 가격을 깎아 달라 해 깎고 또 깎아 18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곽대환씨의 경우도 상인으로부터 28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거기서 작업경비 등 온갖 비용을 빼니 수중에 남은 돈은 100만원 수준이었다.

생산비는 생산비대로 부담이다. 곽대환씨의 경우, 쪽파와 배추를 심을 때마다 38동 하우스 전체에 일괄적으로 심는다. 쪽파는 하우스 한 동 당 약 60만~70만원의 생산비가 든다. 종자값 40만원, 인건비 1인당 4만원(곽씨의 농장에선 태국 노동자 2명이 일하고 있다), 비료값 1만원, 거름값 3~4만원, 영양제 및 살균제·살충제 가격 합쳐 10만원이니 합치면 70만원 약간 안 되는 생산비가 든다. 그런 상황에서 하우스 한 동에서 매매되는 쪽파 가격이 70만원 선이니, 사실상 남는 건 없다. 배추는 생산비가 쪽파보다 더 들어 80만원 수준의 돈이 나간다. 곽씨는 “해당 금액은 감가상각비가 포함 안 된 것”이라 강조했다.

이런 상황일진대 예산군도, 상위 지자체인 충청남도도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곽대환씨는 “예산군이 늦게나마 ‘예가정성’이란 이름으로 쪽파, 방울토마토 등을 특성화시켜 지원을 하긴 하는데, 그런 식의 특성화 정책은 어느 시군이나 다 한다”며 “특성화 정책을 한다 해도 일부 농가만 혜택을 볼 뿐”이란 비관적 입장을 보였다. 곽씨는 이어 “현재 중국집에 들어가는 배추의 99%가 중국산일 정도로, 수입농산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도 무시할 수 없다. 무분별한 수입정책을 그만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동진씨는 “벼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값 폭락의 대안으로 하우스 작물 전환을 정부 및 지자체에서 보조했는데, 이젠 보조해 주는 작물에 품목이 몰리면서 해당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여기에 수입농산물까지 더해지니 하우스 농가들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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