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요즘 충청남도 예산군의 하우스 농산물 가격이 말이 아니다. 가격은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에서 제반 생산비용은 오른다.
곽대환씨는 예산군 신암면의 총 5,700여 평, 38동의 하우스에서 쪽파농사를 짓는다. 오는 12일부턴 봄배추를 심는다. 봄배추 출하 뒤 4월말~5월초엔 수박을 심는다.
곽씨는 “작년과 올해 내내 쪽파와 배추, 수박 가격이 안 좋았다”고 했다. 시장에 들어가는 쪽파 1상자 당 4만원은 나와야 좀 안정적이고, 상자 당 3만원이면 ‘마지노선’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곽씨가 납품하는 쪽파는 상자 당 2만7,000~2만8,000원 수준이다.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곽씨는 “9월에 쪽파를 정식하고 설 명절까지 작업한다. 근 6개월 간 온갖 투자비와 관리비를 들여야 한다. 비용은 오르는데 농산물 시세는 떨어져 고민”이라 말했다.
쪽파 한 상자 당 2만7,000~2만8,000원대 가격선도 붕괴되는 경우가 잦다. 마찬가지로 예산군 신암면에서 쪽파 농사를 짓는 장동진씨는 “쪽파 한 상자 가격이 1만원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여줬다. 문자엔 각 시기별 장씨가 재배한 쪽파 한 상자의 가격이 나와 있었다. 2017년 9월 25일 1만3,000원, 2018년 1월 25일 1만1,000원, 1월 30일 1만3,000원… 그야말로 농민들 입장에선 바닥을 깐 것과 진배없는 가격 수준이었다. 장씨는 “상자 당 3만원은 나와야 그나마 이런저런 농자재비 및 인건비를 제하고도 돈이 좀 남는데, 어째 계속 1만원대 수준이다. 하기야 농민들 입장에선 농산물 가격 폭락은 일상이나 가격 폭등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남은 돈 중 일부는 판로 확보를 위해 계약을 맺은 중간상인들과 노동자를 주선한 용역사무소가 가져간다. 장동진씨의 경우, 한 동 당 생산한 배추를 중간상인에게 납품해 25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시세가 안 좋단 이유로 중간상인들이 운임비용, 경매가 등의 보전을 주장하며 가격을 깎아 달라 해 깎고 또 깎아 18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곽대환씨의 경우도 상인으로부터 28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거기서 작업경비 등 온갖 비용을 빼니 수중에 남은 돈은 100만원 수준이었다.
생산비는 생산비대로 부담이다. 곽대환씨의 경우, 쪽파와 배추를 심을 때마다 38동 하우스 전체에 일괄적으로 심는다. 쪽파는 하우스 한 동 당 약 60만~70만원의 생산비가 든다. 종자값 40만원, 인건비 1인당 4만원(곽씨의 농장에선 태국 노동자 2명이 일하고 있다), 비료값 1만원, 거름값 3~4만원, 영양제 및 살균제·살충제 가격 합쳐 10만원이니 합치면 70만원 약간 안 되는 생산비가 든다. 그런 상황에서 하우스 한 동에서 매매되는 쪽파 가격이 70만원 선이니, 사실상 남는 건 없다. 배추는 생산비가 쪽파보다 더 들어 80만원 수준의 돈이 나간다. 곽씨는 “해당 금액은 감가상각비가 포함 안 된 것”이라 강조했다.
이런 상황일진대 예산군도, 상위 지자체인 충청남도도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곽대환씨는 “예산군이 늦게나마 ‘예가정성’이란 이름으로 쪽파, 방울토마토 등을 특성화시켜 지원을 하긴 하는데, 그런 식의 특성화 정책은 어느 시군이나 다 한다”며 “특성화 정책을 한다 해도 일부 농가만 혜택을 볼 뿐”이란 비관적 입장을 보였다. 곽씨는 이어 “현재 중국집에 들어가는 배추의 99%가 중국산일 정도로, 수입농산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도 무시할 수 없다. 무분별한 수입정책을 그만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동진씨는 “벼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값 폭락의 대안으로 하우스 작물 전환을 정부 및 지자체에서 보조했는데, 이젠 보조해 주는 작물에 품목이 몰리면서 해당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여기에 수입농산물까지 더해지니 하우스 농가들은 힘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