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으로 머리 가격’ 가락시장서 폭행사건

‘난방시설 관리 미흡’ 갈등 발단

  • 입력 2018.02.09 13:16
  • 수정 2018.03.14 19:3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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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에서 도매법인 직원이 중도매인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경매장 난방 미흡을 둘러싼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간 갈등이 초래한 일이다. 피해 중도매인은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의 발단은 난방기 고장이었다. 지난달 말 명절을 앞두고 가락시장에 과일류 출하가 급증한 가운데 때마침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H청과(도매법인) 경매장 8개의 천정형 난로 중 3개가 고장나 출하품이 손상될 위기에 처했고, H청과 과실부 중도매인 조합장인 C씨는 지난달 29일 H청과 사무실을 찾아가 항의했다.

H청과는 난방기 문제에 대해 고장난 난로가 구형이라 수리업자를 구하기 힘들어 대신 지상형 대형난로(야간용) 4개를 배치해 상시 가동했으나, 잠깐 동안 꺼진 것을 C씨가 발견한 것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납득하지 못한 C씨는 홧김에 사무실 소파를 내동댕이쳤고, H청과는 C씨를 기물파손 혐의로 고발했다.

폭행사건은 그로부터 9일 뒤인 지난 7일 일어났다. C씨가 H청과에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한창 중도매인들의 서명을 모으던 시점이었다. H청과 경비부장직을 맡고 있는 L씨는 7일 새벽 C씨를 휴게실로 불러내 술을 마시며 서명작업 중단을 종용했다. C씨가 “경비부장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응수하자 화가 난 L씨는 소주병으로 C씨의 머리를 가격했다. C씨는 소주병에 머리를 비껴 맞은 뒤 수 차례 이어진 타격을 피하다 탁자를 사용해 L씨를 밀쳐내고 자리를 피했다. 휴게실 CCTV엔 이후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L씨의 모습이 찍혀 있다.

중도매인들은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와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H청과와 중도매인조합 간의 일에 결정권도 없는 일개 경비부장이 독단적으로 자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H청과의 사주를 의심했다. 두 단체는 “중도매인을 억압하고 반항하면 회사 직원을 동원해 테러하는 H청과의 작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H청과의 가락시장 퇴출을 요구했다.

난방시설 관리 문제가 끔찍한 일로 이어질 뻔한 이번 사건에 시장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H청과는 지난해에도 경매사가 출하자의 돈을 부당 편취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폭행 가해자인 L씨는 사건 당일 즉시 H청과에서 해고됐으며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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