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나도(Me too) 당신과 함께(With you)

  • 입력 2018.02.09 10:31
  • 수정 2018.02.09 10:33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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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화배우들 사이에서 있는 벌어지고 있는 운동이라 하지요? 나도(미투, me too) 운동 말입니다. 여배우들이 영화 제작자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하고, 동료배우들이 나도 당했다거나 당신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배우답게 영화제에 검은 드레스를 입음으로써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합니다.

구점숙(경남 남해)

그러던 것이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현직 여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TV뉴스에 나와 폭로를 했습니다. 세상에나, 여검사와 여성농민의 공통점이 하나 있네요? 우리사회에서 검사 정도가 되면, 여성이라서 받는 차별이나 고통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갑자기 여검사와 여성농민이 한 편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생활에서는 한참이나 거리감이 있는데 말예요.

어쨌거나 대단한 용기이지요. 적어도 우리사회에서는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하는 순간, 당한 여성이 행실을 잘 못 해서 그랬을 것이라는 꼬리표도 함께 따라붙기 십상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얘기가 나오자 같이 일하는 언니가 남자도 문제지만 여자도 문제야, 요즘 여자들이 옷을 얼마나 야하게 입어? 라고 말을 합니다. 이른바 '꽃뱀론'이지요.

남자의 추행에는 여자의 유혹이 선행하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다가 그런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논리가 많은 사회일수록 여성들에 대한 성차별이 심하고 성폭행이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는 피해자인 여성을 보호하는 논리가 아니라 가해자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지요.

언젠가 농촌지역의 성추행은 일일이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한 적 있지요? 실상이 그래요. 체면과 눈치가 앞서는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에서, 눈에 보이는 곳에서 큰 사고가 생겨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막상 일이 생겼을 때 은근 가해자 편을 드는 일이 상당수입니다. 가해자의 평소 인격을 들먹이며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 여자가 얼마나 꼬리를 쳤으면…'라고 피해자인 여성의 행실을 비난하는 것을 종종 보았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차마 말할 수 없는 모욕을 겪고서도 상대를 탓하기보다 혹시 내 웃음이, 옷매무새가 점잖지 않았나라고 자책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성추행이나 성폭력 등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거나 줄어들지 않겠지요? 원인되는 행동을 제대로 보지 못 한 것이니까요. 누차 강조하지만, 성차별과 성추행 등은 약자에 대한 태도의 문제입니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동안 쉬쉬하며 감추고 애써 외면해오던, 그러나 일상화되고 만연화돼 있는 성에 관한 문제를 이참에 보다 명확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성추행은 엄연한 범죄이며 뿌리 깊은 여성차별입니다. 인격적인 관계가 세상을 훨씬 아름답고 값지게 할 것입니다. 우리도 같이 해요. 나도 당신의 아픔에 공감합니다.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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