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2018 농업인 행복농담’ 쌍방향 소통 눈길

‘농민이 묻고 농협이 답하다’ 질의응답 ‘화기애애’ ... 김병원 회장, 특강 통해 농협 정체성 회복 강조

  • 입력 2018.02.04 13:15
  • 수정 2018.02.04 17:59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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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이 지난달 31일 호남권 ‘2018 농업인 행복농담 컨퍼런스’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가운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참가자들과 ‘농업인이 묻고, 농협이 답하다’라는 질의응답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농협이 다채로운 형식으로 농민조합원과 소통에 나서 눈길을 끈다. 그 이름하여 ‘2018 농업인 행복농담(農談) 컨퍼런스’다.

농협의 행복농담은 지난달 18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이달 6일까지 경북권, 경남권, 호남권, 중부권을 대상으로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개최한다.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네 번째로 개최된 호남권 행복농담엔 전북과 광주·전남의 지역농축협 임원과 조합원 등 6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워 성황을 이뤘다.

농협의 이번 행복농담은 무엇보다 기존의 업무보고 형식을 탈피해 쌍방향 소통과 특강, 공연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구성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앞치마를 두른 채 참가자들 앞에선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300만 농민의 마음에 쌓인 애환과 고충을 설거지 하겠다는 다짐의 복장”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현장에서 확인한 행복농담은 굵직하게는 ‘2018 농업인 희망 플랜’이라는 제목으로 농협 경제지주의 농업경제와 축산경제, 교육지원, 상호금융, 금융지주 분야의 지난해 성과와 올해 계획을 발표하는 장과 함께 사전에 농민조합원들의 질문을 받아 김 회장의 주재 아래 참가자와 농협 담당자들의 질의응답으로 꾸며진 ‘농업인이 묻고, 농협이 답하다!’ 장, 그리고 김 회장의 특강 ‘나를 심고 너를 피운다’로 구성됐다.

행복농담을 관통하는 농협의 뜻은 농협이 정체성을 되찾아 농산물 제값받기 등 농가소득을 위해 뛰겠다는 다짐과 농민조합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계약재배와 계통구매 등의 농협 사업에 참여해 힘을 실어달라는 호소였다. 행복농담은 이에 대한 내용과 형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한 시도가 역력했다. 또한 행사장 입구엔 농민들이 생산한 6차산업 제품 전시와 드론 등 미래농업 전시도 이뤄졌다.

행사 시간이 무려 8시간에 달해 지루할 법도 했지만 지켜본 결과 참가자들의 집중도는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겠다”

농협이 쌍방향 소통을 강조한 만큼 행복농담에서 무엇보다 이목이 집중된 장은 ‘농업인이 묻고, 농협이 답하다’이다. 농민들의 첫 번째 질문은 ‘농가경영비를 줄여줄 수 없나’였다. 이와 관련 농민들은 인건비와 자재비가 매년 오르지만 농산물 가격만 제자리라 생산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과 인력부족에 따른 고충을 토로하고, 농협사료가 일반 사료회사에 비해 가격과 인력 지원에서 뒤쳐진다며 이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우선 농협의 축산담당자는 “협동조합의 원리로 인해 사료 1포를 구매하거나 100포를 구매해도, 거리가 가깝거나 멀어도 가격이 같다”며 농민이 지적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지원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농협의 자재담당자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비료, 농약 등 농자재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며 “농민조합원이 농협을 전이용하면 구매교섭력이 늘어나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회장은 “많이 이용하면 인하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먼저 인하하고 농민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하자 청중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두 번째는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중간 유통단계로 인해 남는 게 없다’라는 질문이다. 농협의 전략담당자는 “농협 경제지주가 생산자-산지수집상-도매상-중도매인-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를 줄이기 위해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안성과 밀양에 짓고 호남, 강원, 제주 등 5곳에 만들 계획”이라며 “생산자가 물류센터에 넘기면 바로 소비자로 가는 것이다. 6개의 유통단계가 3단계로 줄어 물류비가 8.7% 준다. 농가소득도 그만큼 늘고, 소비자도 6.4% 싸게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또한 “수급조절을 위해 생산단계부터 적정면적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전국적 품목단위 연합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마늘과 토마토, 올해엔 풋고추, 당근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에 “농산물 유통은 오랫동안 연구하고 실천해도 큰 효과를 못 가졌다”며 “올해엔 (품목단위 연합사업 등을 통한)획기적 변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질문은 농약 판매 관련 부족한 종류와 전문성 부족 등이다. 담당자는 “적절한 농약 처방을 위한 어플을 개발 중이고 오는 4월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이에 “농민들이 농협에 가면 시원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원한다”며 전문성 강화와 함께 영농지도사 확대를 주문했다.

“잘못 끼워진 단추 바로 끼울 것”

김 회장은 이어진 특강에서 농협의 정체성 회복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김 회장은 “1961년 태어난 농협의 초대 회장은 군인 출신이고, 이후 30년간 회장을 정부에서 임명했다”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고, 이후 1987년 6월항쟁 등으로 조합장 및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이 이뤄지며 1990년대에 농협 민주화가 이뤄졌다. 당시가 단추를 제대로 낄 수 있는 시기였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이 낡은 관행과 타성에 젖었고 그러다보니 농민들로부터 피를 빨아먹는다는 비판까지 받았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또 “농협이 목적을 잃어버리고 당기순이익 등의 목표만 남았다”며 “농협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농협의 이익이 아니라 농민”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특히 “300만 농민의 지혜를 빌려 쓰면 농가소득 5,000만원은 2020년에 반드시 달성할 수 있다”며 “농협이 정체성을 되찾아 최초에 잘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제대로 끼우면 국민들이 통장과 카드를 들고 농협을 찾아오는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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