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약처가 할 일은 따로 있다

  • 입력 2018.02.04 12:22
  • 수정 2018.02.04 12:2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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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의약 안전분야 혁신과제’란 문건 때문에 지난 몇 주간 농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생산단계 농축산물의 관리마저 식품 ‘안전’에 방점을 둔 식약처가 하겠단 내용이 담긴 해당 문건은, 사실상 농식품부의 존재 의의를 앗아가는 내용이었다. 분노한 농민들은 강력히 항의했다.

기자도 이 문건에 대해 할 말이 많다만, 담당분야가 친환경농업이니만큼 여기에 국한지어 이야기하련다. 이 문제에 관해 지난달 25일, 친환경농업계 대표자들은 농식품부 장관을 만나 “이대로 가면 농식품부의 존재 이유가 뭐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식약처는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 식약처가 아니어도 이미 농축산물의 관리 기조는 철저히 ‘안전’에 뿌리박혀 있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볼 수 있듯이, 농식품부는 철저히 안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먹거리 정책을 펼친다. 물론 안전한 농산물은 중요하다. 하지만 안전 프레임 때문에 농민들, 특히 모든 친환경농민들을 ‘자기 이익에 눈멀어 농약덩어리인 농산물을 파는’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현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식약처가 아니어도 이미 농식품부부터 이러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로 농민을 예비 범죄자 취급한다.

식약처는 농산물 생산과정이나 농업의 방식엔 관심이 없다. 식품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중점 업무인 식약처의 손아귀에 친환경농산물의 운명을 맡긴다면, 가뜩이나 힘든 친환경농업은 더더욱 입지가 좁아진다. 모든 친환경농산물은 농약 검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로만 판가름 나고,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보전 농업 정책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처럼 서슬퍼런 식약처가 유일하게 기를 못 펴는 식품군이 있다. GMO이다. 여타 분야엔 그토록 매서운 눈초리를 들이대면서 유독 시민들의 GMO 완전표시제 요구에 대해선 들은 채도 안 했다. 오히려 식품 대기업들의 GMO 수입 현황에 대한 시민들의 정보공개 청구마저 대법원 판결 때까지 끝끝내 버티다 뒤늦게 공개한 곳이 식약처였다. 농민과 농업기관 관료는 안 무섭고 대기업은 무섭단 건가.

이런 식약처에 농민들이 생산한 소중한 먹거리의 운명을 온전히 맡겨선 안 된다. 오히려 농식품부부터 친환경농업 정책에 있어 과도한 안전 프레임 대신 ‘농업의 과정’을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식약처는 식약처 할 일이나 잘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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