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43] 선각자

  • 입력 2018.02.04 11:49
  • 수정 2018.02.04 11:5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정초가 되면 농촌에서는 농업기술센터 주관으로 새해영농실용교육이 실시된다. 금년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양양에서는 1월 16일부터 26일까지 거의 매일 한 두 강좌씩 열렸다. 일반 작물환경과목과 품목별 영농기술에 관한 강의가 진행됐다. 농민들은 관심 있는 품목이나 강의를 찾아 들으면 된다.

새해영농실용교육은 대체로 새로운 영농기술이나 농자재가 있으면 농민들에게 알려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 물론 정책이 바뀐 것이 있으면 설명도 해주기도 하고 금년도 보조사업이나 지원사업 등을 알려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긴 겨울을 지나고 오랜만에 모처럼 만나 새해 인사도 하고 덕담도 하고 새해 계획도 공유하는 반가운 자리가 되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사과, 감, 고추, 산채, 친환경농업 등의 과목을 들었으나 올해에는 친환경농업연구회에 가입하고 있기도 해서 친환경농업만 들었다. 이번 교육에서는 기술보다는 새로운 친환경 농정을 안내해 주었다. 직불금이 올랐다는 것과 군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 등이었다. 나도 겨우내 잘 뵙지 못했던 농민분들과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도 하고 군수님 말씀도 듣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3년차 친환경연구회 회원으로서 나는 몇몇 농민 분들을 알게 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친환경농업에 관심이 있고 농사를 지으려는 분들의 대부분이 귀농한 분들이라는 사실이다. 양양의 경우 열성적으로 유기농사를 짓고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귀농한 지 5~10년 되신 분들이고 나와 같이 2~3년차의 귀농자들은 친환경농업에 관심이 비교적 높은 것 같다.

평생 마을을 지켜 오신 농민분들은 대부분 관행농업을 하고 계신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가장 먼저 생각되는 것은 수십 년간 지속해 온 관행농업을 쉽사리 바꿀 수 없다는 것과, 친환경농업을 해 보았으나 실패한 적이 있고 생산을 해 놓아도 제값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점, 생계를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친환경농업을 쉽게 시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터득하고 계시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연세가 높으셔서 의욕 또한 많이 떨어진 점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겨우 3년차 초보 농부인 내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친환경 유기농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가 하는 점이다. 내가 만일 전적으로 농사만으로 생계를 유지 해야만 한다면 쉽게 유기농업을 한다고 얘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삼 이 땅의 유기농업을 위하여 평생을 바치신 선각자 유기농민들과 현직 유기농사꾼들이 존경스러워지고 머리가 숙여진다. 그 분들의 유기농업에 대한 철학과 세계관을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