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급증하는데 ‘3020 계획’ 밀어붙이나

“각 지역 특성 반영된 지역차원 해결방안 강구 바람직”

  • 입력 2018.02.04 11:19
  • 수정 2018.02.04 18:3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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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경북 구미시 옥성면 농소1리 마을회관에 태양광 사업 결사반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마을회관으로 삼삼오오 모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따른 주민 민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규제완화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내세우기보다 각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구체적인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설치지역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권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농촌지역에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정책방향 아래 관련 규제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6년에 2020년까지 농촌 태양광 발전소 1만호 보급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산업부는 농민이 참여하는 태양광 사업을 활성화해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농가소득 증대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농민 10인이 유휴경작지 4,000평에 1㎿ 규모의 태양광사업을 추진하면 1인당 연간 1,080만원 정도의 순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정책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2017년 5,700㎿에서 2030년 3만6,500㎿로 늘어나고 풍력 발전은 같은기간 동안 1,200㎿에서 1만7,700㎿까지 성장해야 한다.

농촌 태양광은 2030년 설비용량 1만㎿를 목표로 농업진흥구역 내 염해간척지 1만5,000㏊, 그 외 농지 86만㏊ 등에 발전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안에 농지법을 개정해 진흥구역 내 태양광 용도 일시사용도 허용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염해간척지의 태양광발전 허용이 포함된 에너지신산업 혁신 방향을 보고했다. 이 계획대로면 여의도 면적의 50배에 달하는 간척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간척농지를 경작하는 농민들은 산업부가 무리하게 간척농지를 염해지로 판단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전남 해남군의 혈도간척지에서 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물이 정상공급되지 않는다면 염해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문내양수장이 물을 계속 공급하고 있어 혈도간척지는 염해피해가 없다”면서 “그런데 혈도간척지에 태양광 발전사업이 논의되고 있다니 문제다”라고 의아해했다.

김덕종 해남군농민회장은 “재생에너지 발전 취지는 공감하지만 무분별한 태양광 난개발에 대한 대안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태양광 사업에 마을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자체와 논의해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사공정희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충남리포트 295호에서 “전국 태양광 인허가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약 75%가 태양광 관련 민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41% 이상의 공무원은 태양광 민원 대응이 담당업무의 절반 이상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빈도는 1개월 기준 5회 이상이 55%였으며 그럼에도 76.9%가 인·허가 승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사공정희 연구원은 “각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지역적 차원의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게 더 현실성이 있다”라며 “정부는 획일적인 설치기준 및 지침보다 각 지역에서 마련한 설치지침을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설치과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법적 차원에서 권고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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