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농활] 눈 내린 축사의 풍경 속에서

  • 입력 2018.01.29 03:17
  • 수정 2018.01.30 09:32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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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사는 날씨가 큰 영향을 미친다. 농활도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찾은 강원도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고 강추위까지 몰아치고 있었다. 이 날 수도권과 영서지역엔 한파경보가 발령됐다.

춘천시 사북면 챙벌마을은 지촌천이 에둘러 흐르며 꽤 넓은 들녘을 안고 있다. 이 들녘 한 가운데 있는 축사에서 120마리의 한우가 이 겨울을 나고 있다. 축사 안은 별 난방장치도 없는데 한결 따뜻했다.

축사 주인인 이승열씨는 “오늘은 일이 많은 날이 아니다”라면서도 축사 주위를 몇 번이나 돌며 시설을 점검했다. 아침저녁으로 사료를 급이하고, 축사를 청소하고, 전기를 점검하고, 강추위에 얼은 물통을 다시 덥히고, 들녘에 흩뿌려진 사일리지를 모으고 TMR 사료를 배합하는 이런 작업들이 일이라기보다 생활인 것 같았다.

그와 아들인 이정수씨가 손발을 맞춰 진행하는 작업은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진행됐다. 그 사이에 낄 틈은 보이지 않았다. 축사 일은 신입이 열심히 하기엔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가축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기에 더욱 그렇다. 일하는 시간보다 부자가 함께 작업하는 걸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은 농활이었다. 사료를 가득담은 외발수레로 축사를 들락날락하는 정도로는 작업이라기보다 애교에 가까웠으리라.

축사 역시 챙벌마을 들녘과 한데 섞여 돌아가고 있었다. 분뇨는 잘 발효돼 들녘에 퇴비로 돌아가고 들녘에서 자란 옥수수, 수단그라스, 호밀 등의 사료작물은 3년 전 설치한 배합기에서 잘 섞여 사료로 급이된다. 그 결과, 이씨는 지난해 국립축산과학원,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한국초지조사료학회가 공동 주관한 전국 사일리지 품질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신축한 축사에 소를 잘 들이는 게 올해 목표다. 남은 서류작업과 높은 송아지가격이 고민이지만 새 축사도 곧 이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들 터다. 하지만 이씨의 올해 목표엔 새 축사의 운영만 있지는 않다.

그는 축사와 집을 오가면서 계속 뉴스를 챙겨봤다. 다음달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교류가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는 10여년 전 금강산과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농민통일대회에도 참석한 바 있다. 이씨는 “지난해 아이스하키대회에 북한 대표팀이 참가했을 때도 응원을 갔는데 이번에도 응원하러 가려고 한다”면서 “제발 잘돼야 하는데…”하고 남북교류가 지속되길 기원했다.

오랜만에 한 사람과 한 동네에서 삼시세끼를 같이 먹으며 일을 함께했다. 그 사이 다가온 생활이 된 축사의 모습과 남북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잔잔하지만 깊게 느껴졌다. 부디 그의 바람대로 축사도 잘 돌아가고 남북통일의 꽃도 다시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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