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다 때가 있다

  • 입력 2018.01.27 10:32
  • 수정 2018.01.27 10:34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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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전북 남원)

혹한이라는 말이 새삼 피부로 느껴지는 날들이 며칠 계속된다. 복숭아 전지를 시작했는데 손가락이 추워서 얼얼할 정도다. 작년엔 몰랐는데 하필 혹한이 시작된 후 전지작업을 하다 보니 예년보다 시간 대비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작년엔 12월 중순부터 전지작업을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한 달 정도 늦게 작업을 시작하니 마음은 바쁜데 속도는 영 시원치 않다.

지난해 말 이번 지방선거에 맞춰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을 준비하고 이때 농업의 가치와 노동자의 최저임금처럼 농작물의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식량자급률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일명 ‘농민헌법’을 쟁취하기 위해 서명도 하고 남원시농민회에서는 후원주점도 열었었다. 이제 정치권이 답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나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을 저울질하느라 헌법에 명시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날 좋은 날 하지 하필 이렇게 추운 날 일을 혀?” 지나가는 마을 어르신이 걱정을 해주신다. “그 동안 놀았으니까 인자라도 열심히 해야지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농사일이라는 게 다 때가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전지를 하지 않고 밑거름을 소홀히 하고 가을에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한다면 그건 요행을 바라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2월 말까지 헌법 수정안을 결정하는 시기라고 들었다. 여전히 적폐의 원당 자유한국당은 개헌에 대해 이상한 말들을 하지만 확실한 건 이번 지방선거 때 꼭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시간은 부족하고 역량도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이 농민헌법을 완성하는 마지막 때가 된 듯하다.

“각 면별로 현수막 작업이라도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남원과 가까운 순창에서 전농 대의원대회가 열려서 오랜만에 농민회 식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나온 이야기다. 일단 다시 시작해보자.

‘3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로 시작하는 농민가를 부를 때마다 이제 ‘4천만 잠들었을 때’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농업인구가 많아야 인구 대비 5%정도이고 더 줄어들 걸로 예상한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권이 어쩌면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인구 수 대비 몇%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온 국민이 먹고 사는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정치권의 개념 있는 사고를 기대해 보는 게 정말 무리일지 생각해본다.

국민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생각과 그걸 생산하는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치권이 대세라고 인정해서 큰 흐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1월이 가기 전에 현수막 작업을 하고 우리지역 국회의원을 만나 농민헌법에 대한 입장을 빠르게 정리하고 홍보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개헌이다. 우리 농민들에게는 생사가 달린 일인 만큼 마지막 열정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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