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농사직썰] 이상 한파와 미세먼지 그리고 유기농업의 쇠락

  • 입력 2018.01.26 17:01
  • 수정 2018.01.26 17:10
  • 기자명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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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파괴한 자, 자연으로부터 보복을 받을 것이다.” (분노한 지구 Angry Planet, 저자 Lester R. Brown)

새해 들어 한반도를 강타한 혹독한 한파(寒波)와 미세먼지 공습사태는 근본적으로 우리 당대의 문명, 즉 우리 인류가 저지른 자연파괴에 대한 보복현상이다. 자동차와 공장 굴뚝, 그리고 개개인의 화학물질 과다 이용에서 배출된 CO₂(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가 대기권을 파괴함으로써 발생한 지구의 이상기후 현상이다. 이에 대하여는 세계적으로 이론(異論)이 없는 듯하다.

인류 문명이 저지른 죄, 지구 이상기후 현상

다만 그 처방에 대해서는 ‘당장의 즉자적(卽自的)인 실천’을 우선시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류의 대처와 ‘경제적 가성비’를 내세워 이리저리 따지는 안철수 당대표류의 시비 걸기 논쟁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말 따로, 실천 따로’의 희극적인 지리멸렬 현상으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당하기만 하는 공동 몰락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그 최대 피해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정치적·경제적 취약자인 일반 서민 대중과 노동자 농민들이다. 난방조치 등 자기방어적인 대책이 불비한 가난한 이들의 참상은 보지 않아도 알만하다.

이제 권력과 돈과 유착한 정치인들이 그만들 말로만 싸우지 말고, 차량 2부제든 석탄사용 폐쇄든 확고한 CO₂와 화학물질 절감 대책들을 범국민적으로 실천해 옮길 때이다. “사람 좀 살자”라는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서민들의 저 아우성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눈 오는 겨울날 농촌의 모습. 농약상들과 GMO 식품업자들의 장학생이 된 정치인들로 인해 농가경제는 차츰 몰락의 길로 걷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과 산림의 경이적인 시퀘스터링 효과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유기농소비자회(OCA, Organic Consumers Association)는 지구 온난화 주범 CO₂ 감소대책으로 괄목할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⑴유기농업 농경지 1ha가 연간 7.8 M/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흡수(포집)해 땅 속에 매몰하는 이른바 시퀘스터링 효과(Sequestering Effects)를 나타내며, ⑵지구상의 농경지 약 50억ha를 유기농업화하고 약 42억ha의 부실 산림지역을 녹화한다면, 현재 우리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온실가스 대기오염도를 400+ppm에서 350ppm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구상의 대기오염원인 CO₂ 등 온실가스를 적어도 50ppm을 저감해줌으로써 정상적인 자연 기후상태와 평상적인 인류의 삶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연구이다.

이에 따라 유럽과 북미국가를 선두로 세계 각국과 유엔기관들이 앞다퉈 산림조성 보호와 유기농업 권장에 각종 지원정책을 제도와 법으로 보장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유기농가와 산림경영인들의 소득보장 정책이 자리 잡아 왔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 한반도의 산림면적은 날로 난개발, 막개발로 사라지고 친환경 유기농업은 ‘이명박근혜’정부 아래서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자연과 사람을 되살리는 길’

유기농업의 세계화에는 일찍이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독일과 스위스에서 활동했던 생명역동 유기농업(Bio Dynamic)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의 공헌이 지대하다. 

‘자연과 사람을 되살리는 길(1924)’이라는 유명한 농업강좌에서 그는 지구와 우주의 기운 그리고 자연 안에 작용하는 생명정신을 밝히며 역동 유기농법(데메터)을 인류의 삶과 자연을 되살리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에 호응해 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 등 유럽제국과 세계 곳곳에 역동 유기농업이 퍼져 나갔고 오늘날 일반적인 유기농업이 확고히 정착됐다. 우리나라에도 극소수 선구자적 농부들에 의해 정부정책이 전혀 없거나 증산정책에 반한다고 억압받는 가운데도 꾸준히 그리고 외롭게 올바른 농법(正農)을 실천해 왔다.

그러다가 1998년 민주정부의 친환경 유기농 육성법 제정·시행과 김대중 대통령의 유기농업 원년 선포를 계기로 유기농업이 꽃을 피웠으나 ‘이명박근혜’정권을 거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기후변화 대책은커녕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관행농법과 유해색소와 유해 첨가물에 의존하는 식품산업 육성정책으로 자연과 국민의 삶이 망가지기 직전이다.

잘 나가던 숲가꾸기 사업과 임도(林道) 개발사업 그리고 산주와 산림경영인 소득 증대사업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되었다. 이렇듯 유기농업과 산림가꾸기 사업이 쇠락하게 된 배경에는 반(反)환경적 대기업자본의 영향을 받은 정치권과 관료들의 부패 무능에 기인하고 있다.

먹거리 안전 문제와 기후 정상화 문제가 대부분 기업자본의 이윤극대화 목표와 상치된다고 해서 자본세력과 유착한 정치권과 관료집단은 앞장서 자연을 파괴하고 먹거리 안전을 무너뜨리는 정책을 서슴지 않는다. GMO(유전자조작식품)의 범람이 그 하나의 예이다.

반면 이같은 사태는 역설적으로 국민소비자들을 각성시켜주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자연과 사람을 되살리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깨어나는 국민소비자들의 아우성

세계에서 제일 많이 GMO를 수입(연간 1,100만톤)하고 소비(미국인 1인 연간 86㎏, 한국인 82㎏)하는 이 나라에서 GMO가 포함돼 있는지 아닌지조차 국민소비자들이 알지 못하게 정책적으로 눈을 가리는 정부관료 체제 아래서 국민소비자들의 건강과 생명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생명의 3대 요소인 ⑴이상기후와 미세먼지로 안심하고 숨 쉬지도 못하고 ⑵난개발/막개발로 생명수 물마저 안심하고 마시지 못하며, ⑶농약 제초제 묻은 GMO 식품 범람으로 안심하고 삼시세끼 밥상도 차리고 먹지 못하는 나라가 도대체 나라란 말인가. 농약 제조판매업자만 배불리고 GMO 특허권자와 그 앞잡이 식품산업 기업만 돈 잘 벌고 잘 살면 그게 나라인가.

제초제에서 번성하는 바이러스로 유전자를 조작한 GMO 식품과 제초제, 살충제, 농약이 과학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속삭이듯 주장하는 농림식품 생명유전학 관료와 학자 교수님들 중에 그들 업체들로부터 연구비, 장학금, 후원비를 받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작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들의 유착관계를 다 아는데 정작 그들만 짐짓 농약을 ‘작물보호제’라고 우기고 GMO를 ‘과학’이라 안전하다고 말한다. 국민소비자들은 마침내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그 좋다는 제초제 농산물 GMO 식품을 “너나 잘 드세요!, 너, 님들의 자식들이나 잘 먹이세요!”라고.

몰락의 길에 들어선 우리 농업

누가 좀 속 시원히 대답해 줬으면 싶다. 유기 농산물과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는 GMO와 제초제·살충제·농약 농산물을 자유자재로 팔기 위해 정부 관료 장학생들과 정치인들은 기업의 이윤보호 편에 서 있다.

대통령과 장관은 촛불혁명 덕분에 뽑혀 뭘 좀 해보려는데 이미 농약상들과 GMO 식품업자들의 장학생이 돼있는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이 “어차피 국산으로는 자급율이 턱없이 낮기 때문에 GMO 표시제 실시는 실효이익이 없다”고 말하면서 말린다.

실제론 국내산 농산물 생산량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순 밥상용으로는 충분하다. 다만 가공식품을 포함할 경우 자급이 불가능할 뿐이다. 더욱이 유기농산물의 존재가 GMO 보급에 직접적인 장애물이 아닌데도 어차피 국산 농산물 전체가 비(非)GMO이므로 그들은 국내 농업은 아예 망하게 억누르려 한다.

이러하다 보니 GMO 및 농약회사 장학생들은 국내 농업, 특히 친환경 유기농업 무용론을 모색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농산물 가격지지와 농가소득 보장 정책을 무력화하고 반농업적 여론 조작과 언론 플레이를 부추긴다.

이래저래 우리나라 소농과 가족농은 연속적인 가격 폭락사태와 구제역병, AI(조류독감), 농약달걀 사태 등 가축질병과 전염병마저 덮쳐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농가경제는 침체일로로 차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도 해법은 ‘정치’에

바야흐로 우리 농업이 사라질 현실적 가능성 앞에 직면해 있다. 농업이 사라지면 상상을 초월할 경제적, 정치·사회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체제도, 농산어촌 지역사회 공동체 문화도 위태롭다.

동서고금에 농업기반이 무너져서 살아남은 공동체 문명은 없다. 불안전한 먹거리와 이상기후로 일반 국민의 삶 자체가 위협받아 재미를 보는 관료그룹과 대기업 자본 자신들도 마침내 몰락하고 말 것이다.

무언가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이윤과 효율’ 위주의 정책을 ‘자연환경 생태계와 삶의 안전을 우선하는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정책’으로 전환할 때이다. 누군가 막말과잉과 말장난만 일삼는 정치권과 국회의원들에게 해답을 기대하긴 글렀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 해법은 90%가 ‘정치’에 달려 있다. 서민과 농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의 우리 농정에 대한 속시원한 돌직구, ‘농사직썰’을 매월 1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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