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천연기념물 같은 40대 귀농부부

  • 입력 2018.01.26 16:57
  • 수정 2018.01.26 17:01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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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면지역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고 지역신문이 전하길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면에는 무려 36명의 신입생이 있다고 하니 세상에나, 고맙고 다행이지요. 아마도 우리 면에 천년의 숲 물건어부림과 그 언덕에 유명한 독일마을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구점숙(경남 남해)

덕분에 어린이날 주간이나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있을 때면 관내도로가 주차장이 될 정도로 관광객이 많습니다. 딱 농번기에 도로가 막히니 제 때에 농기계 수리조차 어렵다고 지역농민들은 불만이 많지만, 그래도 관내 초등학교 입학생들 숫자를 보니 고맙기만 하네요.

우리 지역은 30년 후면 사라질 곳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해서 인구의 증감에 자연히 민감해집니다. 그런데도 지역의 풍습은 여전히 이방인에 대한 경계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불과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온전히 섬이던 지역에 1973년도에 연륙교가 생기면서 내륙과 교통하게 됐으니 이방인과의 관계보다는 오래도록 얽힌 묵은 관계가 훨씬 신뢰로울 수밖에요. 처음 남해로 왔을 때 호떡집 아주머니께서 아는 사람은 천원에 세 개를 주고, 모르는 나에게는 두 개만 주던 황당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말처럼 이방인에 대한 시각은 어디나 별반 다를 게 없나봅니다. 예로부터 입도한 사람들이 제주사람에게 도움을 준 기억보다는 제주의 것을 가져가기 바빴다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귤이나 전복, 해삼 등 육지에는 없거나 귀한 특산물을 공출해 간 세월을 그리 기억하나 봅니다.

주로 섬 지역 정서가 폐쇄성이 더욱 강하겠지만 지역공동체에 기반 해서 삶을 살아가는 곳이라면 어디나 마찬가지겠지요. 오래도록 그 지역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니까요. 그러니 농촌 노령화와 지역공동화, 그 와중에도 새로이 유입되는 이들과의 부조화는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의 어려움일 것입니다.

이런 통에도 이웃마을에 천연기념물 같은 40대 귀농부부가 있으니 어찌 예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친구들 주작목이 블랙베리인지라 걱정이 앞섭니다. 베리류 과일은 생과 위주로 팔아야 하는데 인구 5만이 안 되는 이곳 섬 지역에서 소비해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요. 해서 겨울에는 바다일도 나간다고 합니다.

참 고맙지요. 사실 50대 아래의 귀촌·귀농인들이 몸으로 사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봤으니까요. 36명 입학생 중에 블랙베리집 아이들도 있습니다. 지역을 살리고 학교를 살리고 마을 살리는 일이 이제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되고 있습니다. 행정의 힘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관심으로도 해결해야 될 또 하나의 문제가 된 것이지요.

관광지로 인해 카페나 펜션도 좋지만 더더욱 어려운 농민으로 살겠다고 하니 이런 친구들이 빨리 정착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뭔가를 해볼 참입니다. 지역사람들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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