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적법화, 할 수 있게 해달라”

  • 입력 2018.01.26 13:55
  • 수정 2018.01.26 13:59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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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가축분뇨는 퇴·액비와 나아가 에너지까지 만들 수 있는 ‘자원’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축산폐수’로의 두 얼굴을 지녔다. 지난 2007년 가축분뇨는 수질오염 방지를 위한 규제차원의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을 벗어나「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을 적용받게 된다. 가장 큰 취지는 환경개선을 뛰어넘어 분뇨의 자원화에 있었다.

그러나 가축분뇨법이 제정되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가축분뇨의 자원화가 얼마나 잘 진행돼 왔는가.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가축분뇨법 제정으로 가축분뇨 자원화의 역할이 농식품부에 부여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가축분뇨 자원화의 완성도를 위해 노력 했는지는 농식품부가 스스로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국의 가축분뇨자원화시설 중 일부 우수사례를 제외하고는 지역의 축산분뇨를 다 소화하지 못할 뿐더러 전체 배출량의 5~15%만을 처리하는 수준에 머무는 곳이 즐비하고 아직까지 자원화시설이 없는 지역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가축분뇨는 자원으로 활용될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

올 겨울 들어 최강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23일 축산단체들이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3년 연장 및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적법화 기한연장'이 적힌 머리띠를 맨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이 적법화에 관한 농식품부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 2013년 2월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 국토해양부는 합동으로 무허가축사 개선대책을 수립했다. 2012년 5월 무허가축사 폐쇄 및 사용중지 명령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가축분뇨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됨에 따라 축산업 기반의 훼손을 막기 위해 축산현실에 맞는 제도개선을 선행한 후 환경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기본원칙을 내건 범부처 대책을 마련한 것이었다.

당시 농식품부는 “축산 현실에 적합한 제도개선을 통해 무허가축사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을 뿐만 아니라 건축·축산분뇨 규제와 진흥 주체 간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당시에도 현장과 괴리가 컸던 건폐율·축사거리제한 등의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이며, 2013년 3월 중으로 권역별 순회설명회를 실시해 교육·홍보 부족으로 낙오하는 농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개 부처가 세부실시요령을 발표한 것은 2년이 훌쩍 지난 2015년 11월이었고, 농식품부의 권역별 순회설명회도 같은 달 시작됐다. 또 적법화를 해야하는 농가와 그렇지 않은 농가의 규모를 파악한 전수조사는 2016년 9월에야 마무리됐다. 주무부처는 늑장대응이었지만 다행히 자신의 농장이 미신고 축사에 해당함을 알았던 농가는 적법화 절차를 밟아갔다. 그것이 정부가 강조하는 준법정신이었고 축산의 지속가능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건축법, 토지법 등 생소한 법들이 환경개선을 위한 축사 적법화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적법한 농장’을 만드는 데 얽힌 법만 26가지에 달한다. 정승헌 교수는 “가축분뇨법은 2014년 3월 개정 당시 부칙 제8조 3항에 배출시설이 다른 법령에도 적합할 것을 명시하면서 괴물법이 됐다. 농식품부, 환경부, 국토부가 각자의 논리로 정당성만 주장하는 법이 돼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늑장대응을 했던 정부, 비협조적이었던 지자체. 그 누구도 축산농가에게 ‘선의’나 ‘노력’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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