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이상 나 같은 피해자 나오지 않길”

충북 충주 농지임차 피해농민 한연수씨

  • 입력 2018.01.21 11:13
  • 수정 2018.01.21 11:24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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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사건(하단 관련기사 링크 참조)의 당사자 한연수씨를 충주에서 만났다. 과원을 포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한씨는 생계를 위한 일거리를 찾아나서야 했고, 다른 과원의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전했다. 남의 돈을 받는 일이라 시간을 내기 어렵겠다는 그의 말에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고, 저녁시간이 다 돼서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애써 웃으며 자신의 심경을 담담히 고백한 한씨는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수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정확한 상황 설명을 부탁드린다.

2007년 약 2,500평의 농지를 임차했다. 계약기간은 20년이고 땅을 직접 개간하는 대신 2019년까지 12년 동안은 무상 임대하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땅주인이 2014년 토지의 일부를 타인에게 매매했고, 2015년부터는 임대료를 받아야겠다고 통보했다. 땅을 매입한 사람은 해당 토지를 직접 사용하겠다며 식재된 사과나무를 뽑아내라고 요구했다.

임대차 계약서에 토지 매매 시 임차인의 동의를 받아야한다고 돼 있기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했다. 현재 2심까지 진행됐고 사실상 3심 항소는 포기한 상황이다. 재판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소송비용을 물어야 하지만 억울한 심정에 이행하지 않았더니 과원의 사과나무가 모두 경매로 넘어갔다.


사건이 이렇게까지 진행되고 심정이 어떤지?

내 잘못으로 모든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거라면 덜 억울할 텐데, 땅주인의 일방적인 토지 매매와 임대료 지급 요구 때문이라 너무 억울하다. 매매에 대한 사전고지도 없었고 이후의 모든 상황들도 합의나 조정 없이 통보를 통해 이뤄졌다. 상가나 주택 임대차와 달리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소작농이기에 보상은 기대할 수도 없고 사과나무를 캐서 나가라는 말을 그냥 들을 수밖에 없다. 작년에는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너무 힘들었다. 이래서 사람이 죽는구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계속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모든 게 너무 억울하고 그 동안 유기 농사를 짓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


유기농 인증까지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 것으로 안다.

약 10년 동안 토양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임차받은 토지가 다랭이 논이었기 때문에 포크레인을 빌려 평탄 작업을 했고, 돌도 많아 골라내는 데 한참 애를 먹었다. 처음 시작하는 농사였고, 반드시 유기농으로 사과를 재배하겠다는 확신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유기농자재로 등록된 석회보르도액도 사용하지 않고 농자재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주변의 관행 농가들은 잡초가 무성한 과원을 수군거리기도 했지만, 남들이 안 된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시킬 의지가 있었다. 2014년 12월 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계획대로라면 2017년 12월부터는 유기농 사과로 판매 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2007년 식재한 나무는 10년차가 넘었기 때문에 만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임차농 보호가 절실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 일단 내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라는 것 보다,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드러나 나처럼 피해받는 사람이 또 안 생겼음 좋겠다. 나와 같은 제2의 피해자, 제3의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땅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농민들 대부분은 토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는다. 또 생계유지가 힘들기 때문에 땅을 빌려 경작면적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속에서 임차인의 권리는 보호받거나 보장되지 못 한다.

또 오늘날 농촌에는 나이가 많아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한 토지를 경작능력이 있는 농민이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농민에게 불합리한 임대차 사례는 이런 것뿐만이 아니다. 다양하고 많은 사례들이 드러나서 제도가 개선되고 그로 인해 피해보는 농민이 없길 바란다.



※ 판결 들여다보기(임영환 변호사)
 

임영환 변호사(법무법인 연두)

한연수씨 사건의 판결은 일반 부동산 임대차 법리 및 일반 손해배상 법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분쟁이 되는 부동산이 농지임에도 불구하고 농지법의 임대차 규정은 별도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임대인이 반드시 해당 농지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을 것을 임대차계약의 성립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고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농지를 사용 수익하게 할 의무만 준수하면 된다는 전제하에, 임대인 A씨가 해당 농지를 매도하였다고 하더라도 변론 당시 한연수씨가 농지를 사용 수익할 수 있으므로 A씨가 임대인의 채무를 불이행하거나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A씨가 농지법에 따라 농지를 임대할 권한이 있는 자이면 한연수씨는 현재 농지법 제24조 제2항에 따라 농지소재지를 관할하는 시·구·읍·면의 장의 확인을 받고 해당 농지를 인도(引渡)받으면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깁니다. 이럴 경우 A씨가 위와 같이 제3자에게 양도하더라도 한연수씨는 임차인의 권리를 새로운 소유자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A씨가 농업인이라면 현행 농지법에 따라 농업인끼리 임대차는 위법하므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계약 확인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농업인 사이 임대차에서 임차인은 농지법에 따른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농지법 개정을 통해 농업인 간 임대차 계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연수씨와 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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