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축 수입 코앞인데 … 정부 대처는?

종축 목적 뉴질랜드 염소 4월경 수입 계획
농가 간 논란 고조되는데 수입기준도 없어

  • 입력 2018.01.21 11:11
  • 수정 2018.01.21 11:1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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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염소 생축 수입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제도적 대처는 미비해 우려를 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생축 수입이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뉴질랜드산 염소 수입을 추진하는 김운혁 하늘목장(충북 괴산)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뉴질랜드에서 보어종 염소 400마리, 유산양 300마리 등 총 700여마리를 수입하기로 계약이 완료됐다”면서 “염소 수입은 품종개량이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선별작업을 위해 뉴질랜드로 출국한다면서 “뉴질랜드에서 자체적으로 혈통이 등록된 염소가 있다. 이 염소를 들여 종축개량협회에 신고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수입하는 염소는 다음달부터 검역절차에 들어가 4월경엔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선 종축이 될 수 있는 염소가 없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군별로 분류해 사육하기에 근친교배도 없고 혈통관리가 제대로 돼 있다”라며 “현지에서 보니 수정란이나 냉동정액 수입은 사업성이 없어 생축을 들이기로 했다. 국내에선 20여 농가에 나눠 개량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염소 생축 수입은 염소농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주제이다. 지난해 9월에는 염소농가들이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생체 염소 수입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생축 수입을 반대하기도 했다.

염소 생축의 수입을 두고 농가 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우려를 사고 있다. 사진은 경북의 한 염소농가 축사 모습. 한승호 기자

경북에서 염소를 사육하는 한 농가는 “뉴질랜드도 염소 수가 얼마 없는데 수입한 염소가 종축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그보다 생축 수입이 한 번 뚫리면 대기업이 나중에 염소 생축을 수입해 고기를 쏟아낼까봐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외래종의 국내 반입은 신중해야 한다. 정부에서 검역 시 수입하는 염소를 전량검사 해서 면밀히 살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충북의 또다른 염소농가는 “축산법에 따라 염소도 가축에 포함됐지만 관련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문제다”라며 “생축 수입은 우리 축종뿐 아니라 생축 수입이 없는 타 축종까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도 염소농가들이 냉동육 수입이 늘어나며 어려움을 겪는데 수입된 생축이 국산으로 둔갑하면 파동이 안 일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축산법상 유산양을 포함해 염소도 가축의 범위에 들어간다. 동법 제29조에 따르면 종축으로 사용하려는 가축을 수입하려면 농식품부에 신고해야 한다. 또, 농식품부는 수출입 신고 대상이 되는 종축 등의 생산능력·규격 등 필요한 기준을 정해 고시해야 한다. 그러나 염소는 아직 관련 고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관련 제도가 없는 틈을 타 종축을 명분으로 한 생축 수입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염소는 원래 종축개량 대상이 아니어서 현재 규정이 없다”라며 “올해 안에 관련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다. 행정절차가 있어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하려는 종축은 일정한 생산능력 규격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그런데 뉴질랜드는 우리보다 염소 사육 기반이 약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종축 능력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한 다음에 종축으로 인정된 가축을 들여야지 무분별하게 수입하면 국내 염소보다 능력이 낮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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