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42] 미농포럼을 아시나요

  • 입력 2018.01.20 17:34
  • 수정 2018.01.20 17:35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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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정에서 농촌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공장으로 빠져 나갔다. 이들이 소위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그러나 농촌에 남은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식들 공부시키고 뒷바라지 하느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모진 농사일에 매달렸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자식들은 도시에서 자리를 잡고 살게 됐고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았다. 열악한 주거 환경과 불편한 몸으로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어른들이 마을에는 너무나 많이 계신다.

귀농·귀촌하여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이들 부모세대들이다. 저분들 아니었으면 과연 우리의 농업, 농촌은 지금만큼이라도 유지될 수 있었을까. 자의든 타의든 농촌에 남아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지어왔고 고지식하리만치 솔직하게 자연에 순응하며 꼼수부리지 않고 살아 온 이 분들이야말로 우리의 농업·농촌을 그나마 지켜온 영웅들이고 우리 모두가 존경해야 할 분들이 아닐까.

그에 반해 최근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소위 높은 자들의 불의한 작태를 목도하자니 이들이야 말로 우리 사회를 좀 먹는 백해무익한 적폐임에 틀림없다. 국민이 낸 세금을 자기 돈 인양 써대거나 생색을 내는 자들이요, 국민이 준 권력을 사리사욕에 동원한 자들 아닌가. 그들이 농업·농촌·농민을 발톱만큼이라도 생각했을까.

최근 우연하게 농민신문을 보다가 미농포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미농포럼은 전·현직 국무총리들과 장관들, 농협 간부들, 고위 농식품부 관리들을 주축으로 도농상생이라는 미명하에 매년 한 번씩 열리고 있다. 밥 먹고 사진 찍고 세미나를 여는 행사로 농민신문사가 주관하고 농협중앙회가 주최한다는 것이다.

조합원인 내가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협동조합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점과, 농협이 돈은 참 많긴 많은가 보다 하는 것이었고, 저들을 모이게 하고 먹이는데 비용 또한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하는 점과, 과연 저들이 우리의 농업·농촌·농민에게 얼마나 기여했으며 앞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점이었다. 하긴 회장 연봉이 7억원에 달하고 임원들 평균연봉이 2억5,000만원이라고 하니 돈이 많은 곳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평생을 국민들과 농민 위에 군림하면서 농업·농촌·농민에 빌붙어 살아온 자들을 돈 주고 불러 모아 놓고 여론주도층이니 뭐니 하면서 거창하게 우리의 농업·농촌에 기여하는 것으로 포장하는 꼴이란 농협 조합원인 나로서는 납득이 안 될 뿐만 아니라 분노마저 치민다.

저들 고관대작들에게 쓸 돈이 있으면 차라리 조합원인 농민들 중에서도 평생 농촌을 지켜온 전국의 연세 높고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서울의 좋은 곳에 모시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하면서 이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정성껏 표하는 것이 협동조합 중앙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많은 것을 포용하고, 차분해지고, 그러려니 하고,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눈감아 주고, 흥분하지 말아야 하는데 잘 안 된다. 나이가 더 들면 나아지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인격적 소양으로는 안 될 것 같다. 오늘따라 농촌의 밤바람이 몹시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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