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쌓인 깊은 눈 속을 어찌 살꼬 하던 차에 바닷바람을 타고 해가 어렵게 얼굴을 내밀었다.
살아갈 날들이 뭐 그리 어렵겠냐. 가끔씩 들려오는 희망으로 오늘 씩씩해지면 살아볼 만 하지 않던가. 설 수 있으면 힘내서 일어나 보는 것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듯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한시름 놓기도 전에 할 일은 다시 생겼다. 2018년의 시작은 늘 그래왔듯이 이런 저런 대장을 뽑는 일로 머리를 아프게 한다. 누구나 잘해보겠다고, 좋은 세상 만들 거라고 힘줘 말은 하지만 그 사람이 살아온 버릇대로 나쁜 이미지만 남겨놨으니 사람들은 “누가 해도 그 모양 그 꼴”이라고 마음을 닫고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럴지언정 사람 하나 잘못 세워서 몇 년을 욕하고 궂은 꼴을 보게 되는 것은 누굴 탓할 것이 아니라 나를 탓할 일이다.
“네가 해서 잘하는지 보자”하는 것은 또다시 버릇처럼 되돌아가게 된다.
“너라면 믿을 수 있어. 넌 잘 할 사람이야.” 그렇고 그런 사람들 가운데 늘 있어 온 진짜 인물, 우린 그런 사람을 세워봐야 하지 않겠나.
누구를 세워야 하는가는 너무 쉬운 문제다.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 누군가를 위해 늘 살아온 사람, 그것으로 이미 서 있지 않았던가?
먼 동네에 도의원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 늘 고생 고생하다가 또다시 고생길로 간다 하니 잘했다는 응원보다 “또 애쓰겠네”라는 말로 미안함과 존경심을 대신하게 된다. 30여년 농민으로 산 시간 동안 한 번도 마을 문제를 놓지 않았고, 농사꾼이 힘들어 할 때마다 “풀어보리라”, ”걱정 마시라“ 앞장섰던 친구다. 한쪽 팔을 못 쓰는 그가 편안해 보이는 것은 남다른 흥과 웃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술과 밤을 세워도 정신 바짝 차리고 자기 삶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센 몸을 가졌기 때문일 거다.
도의원이든 뭐든 간에 이런 사람들로 채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결심 못하면 잘난 놈이라도 빌어서 세워 볼 일이다.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꼭 이런 말을 갖다 쓴다. “국가를 위해, 마을을 위해”, “국민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하지만 모두들 안다. 속이야 터지든 말든 겉만 잘 싸서 번지르르하게 보이는 이들에게 속고 있었다는 걸.
한 나라에 대통령이든, 도지사든, 도의원이든, 마을 이장이 됐든 “나를 속이지 않고 일해 보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온 힘을 다해 우뚝 세워볼 일이다.
동네 오래된 이발관에서 나오는 말을 빌면 “내년에나 있을 농협 조합장 선거엔 개나 소나 다 나온다”고 한다.
사람말을 잘 알아듣는 개나 소라도 있는 건지, 얻어먹을 게 많은 일엔 다들 나선다 하고 머리 아픈 일들은 떠미는 사람들이 누군지 잘 알아볼 일이다.
“명심허영 잘 세워보게 마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