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두물머리 농민과의 약속 지켜라

6년 전 합의한 생태학습장 조성 미이행
제대로 된 보상 촉구해도 국토부는 불가 입장만

  • 입력 2018.01.19 20:50
  • 수정 2018.01.19 20:5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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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에 귀향해 유기농사를 지어온 최요왕(오른쪽)씨와 서규섭씨. 최씨와 서씨를 비롯한 두물머리 유기농민들은 지난 15일 청와대에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당한 농민들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당한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유기농민들이 국가의 합의 이행 및 피해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정권은 2009년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두물머리 일대 8만2,000여 평을 한강사업 제1공구로 지정했다. 이에 두물머리 농민들은 그해 봄부터 4대강 사업 반대와 유기농지 보전을 위한 반대투쟁을 벌였다. 그러다 2012년 8월 농민들은 천주교 수원교구의 중재로 두물머리 일대에 생태학습장을 조성하는 걸로 정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당시의 합의는 정권이 두 번 바뀐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최요왕씨와 서규섭씨 등은 지난 15일 청와대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두물머리 유기농지와 피해농민의 대책을 촉구하는 민원을 신청했다. 민원 신청 다음날 두물머리 현장에서 만난 최씨와 서씨는 지역 농민들이 주장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정부의 생태학습장 조성 약속 이행

2012년 8월 14일, 두물머리 농민들은 정부를 대표해 나온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당시 본부장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와 두물머리에 생태학습장 조성을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맺었다. 두물머리에 조성할 생태학습장은 영국의 라이튼 생태공원과 호주의 세레스 생태공원 등을 참고해, 유기농 체험 및 교육의 장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규섭씨는 “당시 합의 뒤 민관협의기구를 구성해 농민 측 6명, 정부 측 6명씩 12명이 2013년 1년 동안 활동해 용역을 거쳐 학습장 디자인 설계까지 다 했는데, 주관 지자체였던 양평군부터가 2013년 12월 ‘협의기구 기한이 종료됐다’며 발을 뺐다”고 말했다. 얼마 안 가 정부 측 협의기구 위원 6명도 모두 발을 뺐다. 그 이후로 생태학습장 논의는 중단 상태이며 두물머리는 아직도 빈터로 남아있다.

해당 지역의 하천 일대에 대한 관리를 이관 받은 원주지방국토관리청 측은 “2016년과 지난해 두물머리의 4대강 사업이 진행됐던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일부 공간에 각종 꽃을 심어 놓은 정원 비슷한 곳은 있었으나 농사 체험을 할 공간은 따로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합의서 내용에 따른 생태학습장 조성에 대한 정부 측 책임소재는 붕 뜬 것과 다름없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4대강 추진 인한 융자금 문제 협의해야

2012년 합의 당시 정부 측은 4대강 반대투쟁을 해 온 두물머리 농민들에 3년 거치 17년 상환조건으로 대체부지 구입비용을 융자하기로 합의했다. 농민들은 이 합의를 받아들여 그해 9월 두물머리에서 영농시설을 철거하고 양평군 타 지역의 농지를 새로 구입했다.

그러나 원리금 상환의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다. 당시 농민들은 정부로부터 최소 3억7,500만원~최대 11억8,000만원의 자금을 융자했는데, 매년 4,000만~8,000만원에 달하는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상환 첫 해부터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토지가 경매처분됨으로써 농사를 이어갈 수 없게 된 농가가 나왔다. 나머지 농민들도 상환이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2015년에 농민들이 3년 거치 17년 상환의 문제점을 제기하자 정부와 경기도는 10년 거치 10년 상환조건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그 또한 미봉책이라 농민들로선 원리금 상환시기가 다가오는 데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최요왕씨는 “지금 원리금 상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11농가는 10년 간 4대강 반대투쟁을 계속 했던 농가들로, 이대로 가다 파산 내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단 우려를 안고 해결책을 논의 중”이라 했다.

농민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이자를 낮추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단기대책부터, 이주 농민들이 구입한 땅을 정부가 재구매할 것을 요청하는 등의 대책을 정부에 촉구 중이다.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으로 농민들이 원래 농사짓던 땅을 떠나 안 져도 됐던 빚까지 지게 된 상황에서, 농민들은 이 문제와 관련한 협의 창구 마련이 절실하단 입장이다.

소송비용 청구 취소, 제대로 된 보상

지난해 12월 7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은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그 동안 4대강 사업 반대와 유기농지 보전 싸움 과정에서 제기한 소송들에 대한 소송비용 최고서를 보냈다. 이미 2012년 8월 합의 당시 농민과 정부 양측이 소송을 취하하고 합의서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상황에서 소송비용 청구서가 날아온 것이다. 청구된 소송비용은 총 1,313만2,000원이다.

당시 제기했던 소송은 공사요청 중지 소송, 하천부지 점용허가 취소에 대한 취소 소송, 수용재결 취소 소송 등이다. 해당 소송들 중엔 1심에서 농민이 승소한 것도 있고 일부 승소도 있음에도, 수원지법은 이에 대해 일괄적으로 농민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농민들은 한편으로 4대강 공사 과정에서 생긴 피해에 대해 온전한 보상을 촉구 중이다. 2012년 당시 국토교통부는 두물머리 지역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제대로 된 감정평가도 하지 않아 누락된 보상금액이 많다.

서규섭씨는 “법원에서 지정한 감정평가사가 조목조목 감정한 결과 누락된 부분들이 많았고, 그 누락된 걸 더할 시 보상액이 더 올라가는 걸로 나왔기에, 제대로 된 보상을 촉구하며 소송을 걸었다”며 “재판부는 국토부와 얘기해서 받으라고만 했고, 국토부는 현재 두물머리 쪽 농지가 거의 훼손돼 이를 갖고 판정하는 게 불가하단 입장만 반복 중”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농민들은 현재 위와 같은 내용으로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15년 본인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서 4대강 공사를 반대한 두물머리 농민들 및 그들과 연대한 시민사회 및 종교단체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다며 폄하했다. 최요왕씨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감을 드러내며 “정부가 사업하며 잘못한 것 때문에 국민이 피해보는 게 있다면 철저히 복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공무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4대강 사업 뿐 아니라 각종 방법으로 우리 농업을 망가뜨린 이명박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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