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기자회견, 매우 유감이다

  • 입력 2018.01.19 11:42
  • 수정 2018.01.19 11:4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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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현장 농민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험악하다. 농정에서의 뚜렷한 변화를 기대했던 농민들이 대통령에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거친 표현도 즉자적으로 튀어 나오기도 한다.

예전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농민은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별반 관심이 없었다. 뭔가 기대를 걸어볼만한 구석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소외받은 농민들은 등외국민이니 이등국민이니 하는 자괴감을 가슴에 안고 혼자 속으로 삭여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농정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농민으로 하여금 설렘과 기대를 갖게 만들기도 했다.

작년 100대 국정과제가 농정개혁에 대한 농민의 열망을 철저히 외면했을 때까지만 해도 농민들은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대선이 5월에 치러졌고 취임 이후에도 국내외적으로 긴급한 사안들이 많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농정을 직접 챙기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면서도 임기 2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부터는 공약한 대로 대통령이 농정을 직접 챙기면서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농정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그런데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의 수많은 분야와 과제를 거론하면서도 농업과 농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현장 농민들은 허탈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사람중심의 경제를 강조하면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수십 번이나 반복해서 언급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실업과 취업준비생, 중소상인, 세월호 희생학생, 어린이, 노인, 여성, 치매환자, 위안부피해자 할머니, 장기소액연체자 등 우리 사회 소외계층을 아주 세세하게 어루만지려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농업과 농민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 기자회견 발언 내용을 접한 농촌 현장에서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 온 희망과 기대가 무너졌다면서 직접적으로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정을 직접 챙기겠다던 공약이 파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날선 목소리도 들려온다. 농업을 홀대하고 농민을 무시하는 점에 있어서는 새 정부가 이명박-박근혜정부와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비판의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정부조차 우리 농민을 등외국민으로 보거나 이등국민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 어린 탄식도 섞여 있다. 그동안 참고 기다려 왔던 농민의 인내와 기대도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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