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남북 농민교류의 통로를 뚫어라

2010년 5.24 조치로 남북 간 교류 전면 차단
교류 차단의 벽 허물기 위해 각지 농민들 분투

  • 입력 2018.01.14 10:42
  • 수정 2018.01.14 10:5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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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0년간 남북 간 교류 통로가 막힌 상황에서도 새로운 통로를 만들기 위한 농민들의 노력은 이어졌다. 그 동안의 노력에 맞춰 이제 정부에서도 남북 농업교류 활성화와 남북 농민 간의 만남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 동안 농민들의 평화통일 관련 활동 중 우선 특기할 만한 것은 전농 주도로 각지에서 진행한 ‘통일쌀 보내기’ 운동이었다. 전농은 2002년 처음으로 북측에 200톤의 쌀을 보낸 이래 지속적으로 통일쌀 보내기 운동을 벌였다. 이는 남측의 넘치는 쌀 재고문제 해결을 통한 쌀값 안정, 지형 및 기후환경 상 쌀 다수확이 어려운 북측의 만성적 쌀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이와 함께 남북 농민들의 지속적 교류 또한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2001년 7월 17일 남측 농민 620여명이 금강산에서 북측 농민들과 ‘6.15 공동선언 관철을 위한 남북통일농민대회’로 만난 이래 매년 남북 농민 간 교류가 진행됐다. 농민들은 상봉모임에서 남북 농민 간 상시적 교류, 더 나아가 남북 농민의 상설 연대체 구성 등의 필요성을 매년 제기했다.

그러나 2008년 들어선 이명박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의 남북 간 합의를 무시하고 대북 적대정책에 돌입했다. 농민교류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부터 농민들의 대북 통일쌀 지원을 차단했다. 농민들은 통일쌀 지원 재개 및 대북 쌀 지원 법제화 등을 촉구했지만, 2009~2010년에 간헐적으로 몇 차례 쌀을 보낸 걸 제외하면 정부는 쌀 지원을 여전히 가로막았다.

남북 농민 간의 만남도 차단됐다. 2008년 5월 11일 마지막으로 남북농민 대표자회의가 열린 이래, 남북 농민들은 만나지 못했다. 전농은 매년 남북교류 활성화를 통해 남북관계 경색을 풀어야 한다고 촉구하며 남북농민 상봉모임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정부에 가로막혔다.

특히 2010년의 5.24 조치는 이러한 교류 차단 조치에 있어 ‘확인사살’과 같았다. 그해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권은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모든 대북지원 전면 차단, 방북 불허를 골자로 하는 5.24 조치를 단행해 남북 간 교류의 숨통을 끊으려 했다.

물론 전면적 교류 차단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어떻게든 교류 통로를 열고자 했다. 5.24 조치 4개월 후인 2010년 9월 17일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통일쌀 보내기 국민운동본부’와 민주노동당은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북녘 수해지원 통일쌀 203톤을 북에 보냈다.

그로부터 4년 뒤 (사)경남통일농업협력회(경통협)는 2014년 6월 7일 평택항에서 딸기 조직배양 어미모주 5,000주와 3,300만원 상당의 모판흙, 농약 등 자재의 대북 지원을 성사시켰다. 이는 4년 만에 이뤄진 첫 대북 농업교류였다. 경통협의 딸기는 북의 평양시 천동국영농장에 전달됐으나, 애석하게도 딸기를 생산하기에 시기적으로 늦은 점, 검역과 세관 통과 시의 시간 지연, 중국을 통한 장시간 운송 등의 이유로 모종은 반입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의 철통같은 대북교류 차단을 어떻게든 농민의 힘으로 뚫어냈단 점에서 당시 사업은 의미가 있었다.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맞춰 농민들은 다시금 남북 교류사업 추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농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매년 ‘남북농민 추수한마당’ 행사를 추진해 온 데 이어, 지난해엔 남북 합동으로 ‘조국의 평화와 통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전민족대회’의 10월 성사를 위해 6월 ‘남북농민 교류를 위한 전민족대회 농민준비위원회’를 추진했다. 전농 조병옥 사무총장은 “전농은 ‘쌀부터 통일하자’는 기치 아래 통일쌀 경작 및 지원을 위한 활동을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힘과 함께 “올해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나온 합의문 내용에 따라 부문별 교류협력 강화를 위해 북측 조선농업근로자동맹(위원장 김창엽)에 교류를 가지자는 연락을 빠른 시일 내에 취할 예정”이라 밝혔다.

대북 민간지원단체들도 농민들의 대북교류에 힘을 합칠 계획이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연희 사무총장은 “남북관계가 좋을 때 북측에 돼지농장 및 사과농장, 양묘장 건설사업 등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모든 교류사업이 중단돼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고 당시의 답답함을 토로하며 “경통협의 딸기 교류사업처럼 남과 북에서 각각 더 잘 자랄 수 있는 작물을 교환하며 재배하는 등의 교류사업을 고민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남북 간 유무상통(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교류)을 통해 남북 간 농업 발전을 추진하는 데 함께 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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