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정의 기본 틀 바꾸겠다’는 약속 이행의 길

  • 입력 2018.01.13 19:59
  • 수정 2018.01.13 20:00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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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 정도 지났다. ‘중간고사’가 될 수밖에 없을 지방선거도 6개월 정도 남았다. 이 시점에서 평가하기엔 이르다 할지 모른다. 그러나 농업·농촌·먹거리 정책분야를 생각하면, 대통령과 정부는 농정공약이라도 제대로 이행되는지 돌아보고 신발 끈을 고쳐 매야 한다.

후보 시절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농정의 기본 틀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래서 △소비자·농민이 참여하는 도농상생 종합계획 수립 △안정적 농가소득 보장을 위한 과감한 직불제 중심 농정 전환 △농어민의 농정참여 제도화와 자치농정·협치농정 실현을 공약했다. 이외에도 △쌀값 문제 해결 △품목별 생산자조직 육성과 유통개혁 △과감한 친환경 생태농업 전환 △GMO 표시제와 식품표시제도 강화에 의한 건강한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 △친환경 학교급식의 어린이집·유치원·고등학교 확대와 공공급식 전면 확대 △여성 농어업인 위상 강화와 미래인력 확보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 스스로 새 정부야말로 촛불정신을 잇는 정부라고 거듭 강조할 때, 이들 공약정도는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19일 발표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지난 정부의 농정 틀과 정책을 답습하거나 단기 현안관리 차원의 사업 나열에 그쳤다. ‘적폐청산과 농정대개혁’을 절실히 원하는 현장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는커녕 대통령 자신의 농정공약조차 채 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 후 농식품부 장관 자문기구로 농정개혁위원회가 운영됐지만 부서별 현안 처리에다 관료 주도로 일관된 데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더욱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대한 입법안이 국회에 상정·심의됐으나 자유한국당의 저지로 지난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고 해를 넘기고 말았다. 대통령 본인의 직속 자문기구를 여소야대 지형의 국회 입법에만 마냥 맡겨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절실한 정책의지가 있느냐를 물어야 할 때다.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그동안 쌀값대책,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문제, GMO작물개발 문제 등 일부 현안들이 처리되고 있지만, 농민단체들과 전문가들에게서 새 정부의 농정 기본 틀 전환에 대한 공약 실종의 우려가 높다. 여기에는 당·정·청 간의 컨트롤타워 부재, 여소야대 정치지형, 지난 정부 농정관료들의 온존과 혁신 부재, 파워엘리트들의 적폐농정청산·농정대개혁에 대한 인식 불철저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대통령과 정책참모진의 인식과 대응전략이 문제다. 적폐청산과 농정대개혁은 농정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과 농정추진체계에 대한 대수술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농정공약은 이를 잘 요약했다. ‘현재 농어업·농어촌의 위기는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고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농업·환경·먹거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지속발전 가능한 농업으로 농정의 목표와 방향을 근본부터 바꿀 것이며, 이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를 설치하겠다.’ 공약을 내건 초심으로 돌아가 절실한 정책의지를 다잡아야 한다.

농정대개혁은 농업·농촌·먹거리 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 모두의 문제이며, 농식품부만이 아니라 범부처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살피고 챙겨야 하는 국정운영의 주요과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국가 농정의 기본 틀 전환을 위한 국민적 합의기구로서 직속 위원회를 조속히 설치·운영해야 한다. 국회 입법은 언제 돼도 이를 입법으로 뒷받침할 뿐이다.

여기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실현과 농민 권리 보장 및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을 위한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과 농정대개혁 로드맵을 제시하고, 범부처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대통령이 직접 살피고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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