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내세운 진주진양농협 ATM 폐기에 농민들 ‘분통’

농민들 반발 속 일단 유보 … “강행시 조합원 탈퇴 등 강력 대응”

  • 입력 2018.01.12 15:17
  • 수정 2018.01.12 15:3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진주진양농협이 적자를 이유로 지점 외부 365코너(ATM, 현금자동인출기)에 대한 폐기를 결정한 가운데 가산리 365코너 위로 이전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경남의 진주진양농협이 적자를 이유로 지점 외부에 설치했던 365코너(ATM, 현금자동인출기)를 폐지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주진양농협은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이반성지점에서 2.4km 거리의 가산리에 위치한 현금자동인출기를 포함 4개지점 외부에 설치한 현금자동인출기를 전부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일 만난 진주진양농협의 김지원 상무는 “서비스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실제 이용률이 적다보니 경영개선 차원에서 나온 결정”이라며 “농협중앙회 컨설팅과 내부 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민조합원들은 ‘농민과 상의도 없이 추진한 일방적 폐기’라는 입장이고, 진주진양농협은 ‘폐기가 아닌 지점 내로 옮기는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폐기든 옮기는 것이든, 농민들 입장에선 경운기나 자전거를 타고도 찾던 인근의 현금자동인출기가 사라지면 불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인터넷뱅킹이 일상화됐다지만 고령화된 농촌에선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이에 이반성면 농민조합원들은 지난해 12월 18일에 진주진양농협 항의방문에 나섰다. 이들은 1997년 진주진양농협이 진주 동부권의 일반성면, 이반성면, 진성면, 사봉면, 지수면 등 5개면 농협이 합병해 출범하며 어느 지역도 소외시키지 않고 더 큰 농협으로 더 큰 성과를 내자고 했던 것이 출범 정신임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무엇보다 농민을 위한 조직인 농협의 본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다.

가산리의 한 육묘장에서 만난 이재석 진주시농민회 이반성면지회장, 한현도(74) 상촌마을 이장, 이도숙(83) 수성마을 노인회장 등 농민조합원들은 “농민들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도 안 해놓고 적자가 났다는 이유로 폐기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들은 “진주진양농협이 적자타령을 하지만 농협주유소에서 매년 1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있고, 최근엔 임직원의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며 “게다가 잡곡부에서 지역 농산물이 아닌 타지역 농산물을 사들여 판매한다는 원성까지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한 “현금자동인출기 앞에 진양축협 가축시장이 있고, 새농공단지가 들어설 예정인데다 경남 농업기술원 이전도 추진되고 있어 사업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진주진양농협의 손실은 방만한 경영과 금권선거로 인한 재선거 등으로 인한 것인데 애꿎은 현금자동인출기를 없애려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에선 다른 배경이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유호종 조합장이 10억원의 농협 수익을 내지 못하면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월급을 받기 위해 끼워맞추기식 사업 정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농민들의 반발 속에 진양농협도 이사회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민조합원들은 이후 진양농협이 무리하게 폐기를 강행할 경우 조합원 탈퇴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