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입맛 돋우는 덴 양구 시래기가 그만”

혹한 속 자연건조 시킨 시래기 수확에 농민들 구슬땀
시래기, 섬유질·비타민 풍부해 건강 식품으로 제격

  • 입력 2018.01.12 15:10
  • 수정 2018.01.12 15:24
  • 기자명 한승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의 한 시래기 작업장에서 이준기씨가 자연건조시켜 잘 마른 시래기를 수확하고 있다.
이준기씨가 촘촘히 내걸린 시래기의 건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하우스 한 쪽에 마련된 탁자에서 이준기씨와 강남선씨가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혹한에 따른 하우스의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이씨의 그림자가 비닐에 비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대암산(해발 1,304m) 능선을 타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비닐하우스 지붕 위에 두텁게 쌓여 있던 눈과 얼음조각들이 옆 비닐을 세차게 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한 낮의 기온마저 영하 10도 이하로 맴돌았던 지난 10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 팔랑리의 하우스에선 겨우내 자연 건조시킨 시래기를 수확하고 포장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우스 문을 열기가 무섭게 매서운 찬바람이 등 떠밀 듯 불어 닥쳤다. 촘촘히 설치된 하우스를 좌우로 가로지르는 줄에 약 50~60일 동안 누렇게 잘 말린 시래기가 바람을 타고 출렁거렸다. 시래기 특유의 향이 코끝으로 훅 밀려들어왔다.

수확에 나선 이준기(61)씨는 시래기의 건조 상태부터 확인했다. 일일이 손으로 만져본 뒤 시래기를 매단 줄 양쪽을 끊어 탁자 위에 놓은 이씨는 1kg 상자에 시래기를 지그재그로 넣기 시작했다. 덜 마른 시래기는 탁자 한 쪽 옆에 가지런히 펼쳐 놓았다.

이씨는 “양구처럼 유난히 겨울이 긴 고장에서 시래기만한 농한기 소득 작물이 없다”며 “시래기 농사를 잘 짓고 나면 다음 한 해 농사에 들일 비용을 적게나마 준비할 수 있어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양구농민들에겐 시래기 농사가 가려울 때 등 긁어주는 효자손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시래기가 담긴 상자가 차곡차곡 쌓이자 옆에서 빈 상자를 만들고 있던 강남선(55)씨는 저울로 무게를 잰 뒤 상자를 테이프로 밀봉했다. 상자 옆면엔 ‘깨끗한 땅에서 길러 높은 하늘 바람에 말린 양구 명품 시래기’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강씨는 “시래기 전용 무를 파종하고 수확해 큰 일교차 속에서 말렸기 때문에 더 부드럽고 영양소도 더 풍부하다”며 “특히, 섬유질이 많아 소화에 이롭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무청에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 A와 C는 강한 항산화작용으로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고, 식이섬유와 미네랄은 변비 해소 및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직거래로 시래기를 판매하고 있는 이씨와 강씨는 “겨울철 입맛을 돋우는데도 시래기만한 게 없다”며 시래기된장찌개나 시래기나물무침, 각종 야채와 버무린 시래기비빔밥 등을 놓칠 수 없는 한 끼 식사로 추천하기도 했다.

엄동설한의 계절, 농민에겐 효자손이요 소비자에겐 약손으로 통할 강원도 양구의 명품 시래기 맛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