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5일 FTA 개정협상 착수

김현종 본부장, 협상 개시 전 농민단체장들 만나 ‘결의’ 보여

  • 입력 2018.01.07 11:48
  • 수정 2018.01.07 11:5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본부장 김현종)는 지난 5일 미국과 제1차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개정협상을 시작했다. 한미 양측은 지난해 10월 4일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개정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후 우리 측은 연내 협상개시를 목표로 매우 급박하게 움직였다. 공청회에서는 반발을 미리 예상한 듯 최대 이해당사자인 농업계의 의견 청취를 아예 생략했고, 이후의 소통도 요식행위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통상교섭본부는 논란 속에 지난해 12월 24일 결국 국회 보고를 마침으로써 개정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준비 절차를 모두 끝냈다.

협상은 우리 측이 먼저 제안했지만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협상테이블로 끌려나온 형국인 만큼, 개방농정을 반대하는 농업계는 이번 개정협상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이미 개방 수준이 매우 높아 “더 이상 농업 부문에서의 양보는 없다”는 통상교섭본부의 선언은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농업계는 이번 기회에 불평등 조항이 산재한 기협정을 완전 폐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상교섭본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그간 ‘폐기론’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김 본부장은 교섭 시작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FTA농수축산대책위 소속 농민단체장들을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본부장은 그간 이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공청회나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대신 국회 보고 절차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비공개로 자리를 마련했다.

FTA농수축산대책위는 개정협상 추진을 계기로 농업의 수호를 위해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민단체가 모여 만든 협의체다. 농업 부문을 배제한 산자부의 첫 공청회를 결국 다시 열게 만들고, 농업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협상 폐기’를 논의 과제로 올리는 등의 성과를 보였으나 결국 통상교섭권 일체를 가지고 있는 산자부의 개정협상 개시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농민단체장들에 의하면 김 본부장은 ‘폐기할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농민단체들은 다시 한 번 폐기를 강력하게 요청했고, 한우 품목의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등 부당하게 치우친 협상 내용 등에 대해서도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협상단에 농민단체 관계자가 동행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협상 내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고 전해진다.

김영호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는 “한국농민 대표들과 협상단의 대표가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굳이 비공개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보는 사람 없을 때만 농민들에게 이런 각오가 있다고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 큰 걸 보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FTA 농수축산대책위는 협상 개시일 국회 정론관에서 "트럼프에게 바치기만 하는 굴욕적인 협상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협상의 중단과 기협상의 폐기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