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참고한 미국의 수직계열화, 이미 문제 많았다

2011년 개정으로 일부 개선 … 불공정거래 위험 여전

  • 입력 2018.01.07 11:4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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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평소 성적이 동일한 농가들이 서로 다른 생산 자재를 공급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렇게 되면 사료 요구율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은 마치 정확하고 공정한 경쟁에 의해 평가되는 것처럼 과장되고 있다. … 상대평가 방법은 계열회사가 통제하고 있는데 이는 불공정한 일이다. 왜냐면 투명하지 못한 평가 결과를 가지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패널티를 물게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0월 GIPSA(축산계열화 사업 관련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미국 농무성 산하 기구) 청문회에 출석한 한 미국 육계 계약농가의 증언을 김정주 건국대학교 교수가 기록한 내용이다. 수직계열화 산업구조 속 농가 상대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료 요구율 경쟁이 계열회사의 입김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GIPSA는 계열화법을 위반하는 회사에 대해 관계자의 구속 처벌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 우리나라와 달리 사업자가 부도처리 되는 경우에도 농가가 사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강력한 농가 보호 조치가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농가들이 개정 요구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가 참고한 미국의 계열화법과 산업구조가 이미 많은 문제를 함유하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미국 농업계는 이러한 농가들의 요구에 부응해 3년에 걸친 논의 후 지난 2011년 우리나라의 축산계열화법에 해당하는 미국의 도축 및 가축계류장 관련법(PSA)을 개정했다. 우리 상황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계약농가의 시설 투자금 회수에 관한 내용이다.

개정된 PSA에서는 ‘사업자는 계약사육 농가가 육계 사육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할 때 보호장치를 구축해야하는데, 이 장치에는 투자금액의 80%를 회수할 때까지 계약사육 농가가 해약을 당하지 않고 계속 사육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까지 포함해야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시설 투자에 대한 비용을 사업자와 농가가 나름 합리적인 방법으로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육계협회(NCC)의 반발로 농장 최초 건축 시의 투자금액은 제외되고 추가 투자금액만 해당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외에도 개정된 PSA는 분쟁해결을 위한 조정에 있어 농가에게 공정한 절차를 제공하도록 하며 조정을 거부할 권리 역시 부여하도록 했다. 또 사업자가 병아리 공급을 연기하고자 할 경우 90일 이내에 농가에게 통보해야하며, 계약서 샘플은 인터넷 상에서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했다.

한편 개정안에 제안됐지만 NCC의 수정 저지 활동으로 통과되지 못한 내용도 있다. 이를 살펴보면 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한 우리나라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불공정 거래, 부당 차별, 속임수, 보복 등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정의를 내리고 부정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특정 농가를) 편애하거나 우선권을 주는 행위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한다’, ‘상대평가 제도 하에서는 동일한 품종의 병아리를 사육하는 계약농가끼리 경쟁하게 하고 사육보수 지급 기준이 같아야하며 기본급 이하의 지급을 금지한다’, ‘도축업자 간 가축거래를 금지하고 가격을 논의하는(담합) 행위를 금지한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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