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계열화’, 양돈농협은 통했다

협동조합 이념 실현 … 민간기업과 견줄 시장경쟁력 갖춰

  • 입력 2018.01.07 10:24
  • 수정 2018.01.07 10:2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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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한돈부문은 다른 축종보다 상대적으로 협동조합형 계열화로의 진전에서 앞서 있다. 농협목우촌과 7개 양돈농협이 민간기업에 뒤지지 않는 시장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협동조합 이념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부터 협동조합형 계열화 모델을 모색하는 육계·종계부문 등에서 참고할만한 대목이다.

축산분야는 규모화, 전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축산 전·후방산업의 기업들이 깊숙이 진입할 수 있었다. 한돈부문은 대기업들이 위탁을 넘어 직접 돼지를 사육하는 단계까지 진출한 상태다. 수직계열화의 폐단인 농가 종속화에 대한 우려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양돈부문 협동조합들은 수평적 계열화를 추구하며 조합원들과 상생의 가치 실현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민간기업과 협동조합의 가장 큰 차이는 교육지원사업과 산지조직화에서 나온다.

대전충남양돈농협은 2016년부터 자체적으로 미래양돈경영자협의회를 구성해 양돈 후계 조합원들의 교육과 정보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대전충남양돈농협 관계자는 “당장의 영업 목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역 내 양돈 경영이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후계 양돈인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또, 무허가축사 적법화로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들에게는 측량비를 일부 지원하고 컨설팅을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만 대전충남양돈농협 조합장(가운데)이 지난해 6월 미래양돈경영자협의회에 참여한 조합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 조합의 교육지원사업을 맡고 있는 김광규 양돈사업지원실장은 “지역별로 13개 작목반이 운영되고 있는데 월 1회씩은 모임을 갖는다. 이들 작목반에서 나온 의견들은 조합장까지 전달된다”라며 “모든 사업은 협동조합의 이념을 실현하는 데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교육지원사업이 당장에는 큰 수익으로 직결되진 않지만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의 생산성 증대와 조합 경제사업 이용에 기여하게 된다”면서 “브랜드(포크빌)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에겐 원활한 출하와 성적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한다. 그 결과, 포크빌은 지난해 축산물 브랜드 연찬회에서 국내 돼지부문에서 두 번째로 명품 인증을 받는 결실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양돈농협의 경제사업은 생산농가들의 지지로 돌아온다. 대한한돈협회 충남도협의회는 2016년 대전충남양돈농협의 축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에 대해 “양돈조합형 도축장 건립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기존 도축장들의 신규 도축장 건립 반대 목소리는 자제돼야 한다”고 힘을 보태기도 했다.

향후 한돈부문의 향방을 결정짓게 될 패커 육성에도 한돈농가들은 한결같이 민간기업 패커보다 협동조합형 패커를 선호한다고 입을 모았다. 충남 공주시에서 만난 한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원은 “지역에서 보면 민간 수직계열화에 들어간 농가는 접는 곳도 있다. 이익을 보면 기업의 이익이 되지 농가의 이익이 나오지 않더라”라며 “협동조합의 수평형 계열화로 가야 농가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드람양돈농협의 관계자는 “민간기업과 달리 협동조합은 의사구조가 조합원에서 시작되는 상향식으로 이뤄져 있으며 장려금 등을 통해 경제사업에서 창출된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라며 “유통 중심의 협동조합형 패커육성을 한돈산업 전체 차원의 패커육성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축산업 허가를 위한 의무 교육과정에 계열화 교육을 포함하고 주식회사형 계열화에 초점이 맞춰진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을 협동조합형 계열화조직을 포괄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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