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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형 계열화로 사슬을 끊자
그림 박홍규 화백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의 압박이 거세져 계열회사가 사업을 중단하면 그 피해자는 계열회사가 아닌 위탁계약사육농가다.”

숫제 협박이다. 하긴 오죽하면 육계 위탁사육농가들의 신세를 ‘노예’에 비유했겠나.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가 지난해 12월 한국육계협회 회의실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쏟아져 나온 발언들은 오히려 육계부문에서 계열업체와 위탁농가의 관계가 일방적인 갑을구조, 아니 계열업체에 위탁농가가 인질로 잡힌 범죄에 가깝다는 걸 보여줬다.

하림을 선두로 한 육계 계열업체들은 최근 수직계열화에 대한 불공정성 문제제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했던 발언들이 잘 보여준다. 정권이 바뀌거나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대기업 총수에게 호통치고 싶을 때 생기는 해프닝으로 여기는 것이다.

‘불공정하면 우리와 계약을 안하면 된다. 그런데 농가들이 계속 계약을 맺는다. 그래서 우리는 불공정하지 않다.’ 이 궤변의 삼단논법만 고장난 녹음기처럼 반복되고 있다. 불공정은 척결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게 민주시민사회의 상식이다. 육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오만함이 민주시민사회의 상식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계열업체의 오만함은 대기업 규제를 언급하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겠다”느니 “우리가 나라를 먹여 살렸다”느니 하며 사회질서를 유린해온 재벌의 행태를 닮았다. 육계시장을 독과점했다고 민주사회의 기본상식을 무시하는 계열업체가 축산 전체를 집어삼키면 무슨 짓을 할지 소름이 돋는다.

정부와 농협은 계열업체의 배째라식 작태를 두고만 볼 것인가. 육계 수직계열화의 불공성정 문제는 ‘선택과 집중’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자란 독버섯이 아니겠는가. 농식품부를 넘은 범정부적인 대응과 농협의 과감한 투자가 맞물리면 계열업체의 횡포는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육계농가 사이에서 지나간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회사에 불공정성을 문제제기한 농가들이 하나둘 육계부문에서 퇴출될 때 바로잡아야 했다. 농협이 체리부로를 인수했다면 육계시장이 이보다는 더 건전했을 터다. 땜질식 제도개선만으로는 계열업체의 폭주를 못 막는다는 게 지난 시간의 교훈이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촛불로 탄생한 정부다. 농협은 기업자본으로부터 생산자 농민을 보호해야 할 사명을 띈 조직이다. 계열화사업에서 불공정 적폐를 척결하고 협동조합형 계열화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숙명적 시기가 왔다. 육계농가들에게 ‘사이다’처럼 시원한 소식이 들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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