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금 단가 인상, 중장기 친환경정책도 병행해야

농식품부, 친환경직불금 단가 인상·유기지속직불금 기한 폐지
친환경 과수농가, 재배비용 보전 및 판로 개척 여전히 난항

  • 입력 2018.01.07 08:10
  • 수정 2018.01.07 08:1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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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작년엔 미국선녀벌레 때문에 골치 아팠어요.” 충남 천안시에서 유기농 배를 재배하는 박상진씨가 농장 배나무의 병해충이 들끓었던 흔적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박씨를 비롯한 친환경농민들은 친환경직불금 인상과 함께 유기 과수재배 매뉴얼 및 재배기술 개발, 공공급식 등 판로 확대의 장 마련, 소비자 교육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환경농가 직불금 인상과 유기지속직불금 지급기한 폐지로 정부의 친환경농가 지원이 일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친환경농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중장기 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농가들의 목소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올해 친환경농업직불금 지급단가를 인증분야별·품목별로 10~2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기존엔 3년 동안만 지급한 유기지속직불금을 올해부턴 무기한 지급한다. 이번 친환경농업직불금 지급단가 인상은 2012년 인상 후 6년 만이다.

구체적으로 인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밭 재배는 품목별 차등 지원이 반영돼 과수분야는 1ha당 20만원씩, 그 외 채소·특용작물은 1ha당 10만원씩 지급단가를 인상한다. 이에 따라 유기·무농약 과수분야에 대한 직불금이 120만원, 100만원에서 140만원, 120만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채소·특작 분야에선 유기·무농약 각각 120만원, 100만원에서 130만원, 110만원으로 늘어나며, 쌀 재배 시 60만원, 40만원에서 70만원, 50만원으로 역시 10만원씩 늘어난다.

유기농업직불금 지급단가의 50%를 지급하는 유기지속직불금의 지급단가도 논·밭 품목별로 5만원(과수 제외 밭작물 및 쌀), 10만원(과수)씩 인상된다. 이와 함께 그 동안 3년으로 정해졌던 유기지속직불금의 지급기한을 폐지했다.

농식품부는 “친환경직불금이 무농약 3년, 유기농 8년씩 한시적으로 지원돼 지원기간이 끝나면 일부 친환경농가의 경우 다시 관행농업으로 돌아감에 따라 친환경농업직불금 지급 효과가 퇴색되기도 했다”며 이러한 문제의 해소를 위해 유기지속직불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친환경농업, 그 중에서도 재배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 과수·채소 분야 육성을 위해선 추가적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 농가들의 입장이다. 충남 천안시에서 유기농 배를 재배하는 단 두 농가 중 하나인 박상진씨(충청남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부회장)는 “기존의 유기농가들이 생산비나 유통 판로 확보에 있어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직불금 인상만으론 상황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체로 친환경 과수 및 채소의 생산성은 일반농산물의 70% 수준이다. 재배하는 기간 동안 병해충 관리가 관행농사에 비해 더 어렵고 생산비도 많이 들어간다. 비싼 가격 및 품위 문제 등으로 학교급식 외에 마땅한 판로를 찾기 어렵기도 하다. 작년의 경우 배가 풍년이라 배 과잉문제가 발생해 박상진씨도 판로 개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생산한 배의 3분의 2는 학교급식에 공급했지만 나머지 3분의 1 재고는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작년엔 유난히 배 재배 농가에 미국선녀벌레가 창궐했는데 이를 친환경농법으로 방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한 친환경 과수농가들의 방제 비용도 항상 고민이다. 박씨는 “과수의 경우 각 지역에 따라 지질, 기후환경, 해충 종류 등의 재배 상황이 다 다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기본 매뉴얼만으로 위기 발생에 대처하긴 힘들다”며 각 지역 현실에 맞는 재배 매뉴얼 제공 및 기술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현재 범(凡)농업계에서 주장하는 헌법상의 경자유전 원칙 확립에 따라, 현재 친환경농가 중 임차농이란 이유로 직불금을 못 받는 농가들도 온전히 직불금 체계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불금 문제는 농지법 개정 건과도 연동해 논의해야 한단 뜻이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김영규 정책기획실장은 “유기지속직불금 지급 기간 제한 폐지는 잘된 일”이라며 “다만 지급하는 유기직불금을 지금처럼 50%로 깎을 게 아니라 최소한 기존 유기직불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의 기본 입장은 친환경직불금 액수를 더 확대하는 것”이라며 “농식품부도 기획재정부 등 타 정부 부서에 친환경직불금 확대를 주장하나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친환경직불금 정책을 단순히 ‘생산비 보전’ 차원보다 ‘농민들의 지속가능한 농업 확대와 환경보전 노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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