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협 ‘마늘 협동마케팅’ 다시 설계하자

  • 입력 2018.01.05 16:06
  • 수정 2018.01.05 16:07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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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농협경제지주에서 시행하는 ‘마늘 협동마케팅’ 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우선 수매가 결정과정에서 시기와 가격에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농협 수매가는 12월 초에 결정돼야 하는데 시기부터 너무 늦어졌고, 또 생산자인 농민 의견이나 산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농협중앙회는 수매가 2,300원을 종용해 포전거래 가격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농협이 제시한 마늘 수매가 2,300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생산안정제 기준대로 ‘최근 5개년 평균가격의 80%’라는 기계적 공식을 반영한 값이다. 생산자에게 가장 민감한 가격 결정 과정부터 현장 농민은커녕 마늘 주산지 농협의 의견조차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농협이 결정한 마늘 수매가가 즉시 시장에 영향을 미쳐서 산지 포전거래 가격을 낮게 형성하게 하는 등 농민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의 수매가가 산지 포전거래 가격의 기준으로 작동되는 상황에서 작년에 비해 1,000원이나 낮은 2,300원은 무책임한 가격이다. 농협은 농민들이 반발하자 2,300원은 확정가격이 아니라 최저가격 또는 선도금 개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마늘 연합마케팅은 수탁판매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농협이 통보한 수매가가 기준가로 작용해 마늘 가격하락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탁판매 방식은 가격이 하락하면 농민들만 피해를 보게 돼 있는 구조다. 그래서 마늘 연합마케팅 방식을 수탁에서 ‘매취’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계약재배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마늘 수매가 결정 과정에 생산자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수매가는 적정한 수준의 생산비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이렇게 결정된 수매가는 시장 상황 또는 작황에 따른 가격변동에 일정한 수준에서 정산금을 가감하는 방식을 적용해, 시장가격이 수매가 보다 높을 경우 차액의 일정비율은 생산자에게 나머지는 마늘가격안정기금으로 적립하고, 시장가격이 수매가보다 낮을 경우 일부는 생산자가 부담하고 일부는 마늘가격안정기금으로 보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구조라야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고, 아울러 농협도 안정적인 판매 사업을 할 수 있다.

농협이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판매농협을 구현하겠다며 경제지주를 설립하고 의욕적으로 농산물 판매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평가는 인색하다. 농협이 그간의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농민 입장을 반영한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마늘 수매가 문제는 농협중심사고의 전형을 드러냈다.

마늘 협동마케팅 사업의 혁신적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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