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41]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 입력 2018.01.05 11:48
  • 수정 2018.01.05 11:5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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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3년차인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2년 정도 경험이 있으니 올해 해야 할 1년치 농사 및 농촌살이 계획을 월별로 대강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된다. 정부나 우리 사회의 농업·농촌·농민 홀대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 섰고 농업계의 현안이라 할 수 있는 헌법 개정 문제, 직불금 및 기본소득 문제, 친환경 인증제도 개편, 한-미 FTA 개정 협상, 농협 개혁 등 시급한 현안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현장의 농민입장에서는 금년도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 농촌생활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코앞에 닥친 일일 수밖에 없다.

당장 1월 중순에는 농막을 하나 갖다 놓을 예정이다. 6평 미만의 컨테이너나 이동식 주택을 농막으로 신고만 하면 농지에 갖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작은집 건축학교에서 12명의 동기들이 배우며 지은 바로 그 집이다. 5.5평 농막치고는 거의 대궐(?)에 가까울 정도로 멋지다.

2월에는 알프스 오토메의 동계전지 전정 작업을 혼자서 천천히 해보고 퇴비와 4종복비 등도 시비할 예정이다. 3월에는 오토메 보다는 알이 굵은 루비에스 신품종 10여 그루와 각종 과수(체리, 감, 밤 등)를 밭 주변에 좀 심고, 유황제재를 살포할 계획이다. 이때부터 8월말까지는 지속적으로 1~2주에 한 번 정도 방제작업을 할 생각이다.

4월에는 센터에 토양검사를 의뢰해 땅의 영양 상태를 파악한 후 필요한 시비를 하고 100여평의 텃밭 농사를 위해 밭 만들기 작업도 할 것이다. 옥수수 종자도 파종하고 5월에는 하계 전지전정 작업과 지난 겨울에 파종했던 호맥을 예취해 과수원에 넣어 주려고 한다. 자가소비용 텃밭에는 각종 모종을 심을 계획이다. 금년에는 고추, 토마토, 당근 등을 주로 심으려고 생각 중이다.

6월부터 8월까지는 날씨가 무더워 가장 힘든 시기이기는 하나 금년에도 어김없이 방제, 예초작업 등을 할 예정인데, 예초작업은 5~6회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8월말에는 김장용 무, 배추, 갓 등을 파종하고 9월부터는 수확의 계절이 될 것이다.

알프스 오토메는 9월말에서 10월초에 수확할 것 같다. 물론 지난해와 달리 금년에는 생산을 잘 해내야 할 텐데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볼 작정이다. 10월 말에는 배추, 무, 갓, 당근, 시금치 등을 파종하고 11월에 김장을 해 놓으면 한 해 농사는 마무리될 것 같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명언을 잠시 빌려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내일 우리의 농촌·농업·농민이 망한다 해도 나는 금년에도 농사를 짓고 농촌에서 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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