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입력 2017.12.24 02:57
  • 수정 2017.12.24 02:59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극완(전북 남원)

“농정과 12시면 도착하고 남원농협도 바로 온다고 했어요.”

“시장님도 오신데?” “같이 오신다는데요.”

지난 15일에 남원시농민회 농민헌법 쟁취를 위한 기금마련 일일주막을 진행했었다.

“다들 농협서 서명했다고 혀서 아직 많이 못 받았어.”

“일단은 오늘 최선을 다하시게요.”

남원시농민회가 근 10년 만에 일일주막을 하는 날이다 보니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이 인사를 나눈다.

추어탕으로 유명한 보절 추어마을에서 추어탕을 끓여서 오고 돼지를 2마리 잡고 통영에 가서 석화를 실어 나르고 준비에 여념이 없다.

30년 만에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대한민국 헌법에 농업의 가치와 농민의 생존권이 달린 최저가격보장을 넣는 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보고자 일일주점을 계획했다.

“준비한 음식이 좀 부족하더라도 많이들 드시고 농민헌법에도 관심 부탁 드립니다.” 주점 티켓을 팔았던 손님들이 점심시간을 시작으로 밀어닥치기 시작하자 인사와 함께 일일주막 취지를 간단히 설명한다.

“아직 서명 안 하신 분들은 계산대 옆에서 서명 부탁 드립니다”라며 주막을 찾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자 “이렇게 많이 줘서 기금 마련되겠어요?” 도리어 걱정해준다.

주막을 한다고 하지만 메뉴를 무엇으로 정하고 가격을 얼마를 받을지 너무 막막해서 대충 정해서 진행하다보니, 주막에 온 분들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나 더 안기게 돼 도리어 미안하기도 하다. 오랜만에 형님들과 형수님들이 함께 와 도와줘서 생각보다는 성황리에 마무리가 됐다.

“이제 기금마련은 농민회에서 했으니까 농단협 차원에서 제대로 한 달만 바짝 서명 받아보게요.”

농단협 회장에게 이야기하자 조만간 농단협 차원에서 논의하자고 한다.

농단협 다른 단체에 비해 인원수가 적은 농민회지만 활동량에 대해 다른 농단협 회장들이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남원으로 농활 왔었던 이대 학생들 도착했어요.”

“추어탕이랑 파전이랑 보쌈 아까 갔다줬는데 또 주세요?”

남원에서 여름 농활을 진행했던 이화여대 학생들이 오자 반가워서 서로 챙겨주겠다고 아우성들이다.

“몇시까지 해요?” 아는 분이 티켓을 줘서 먹으러 가겠다는 전화에 “끝날 때까지 해요. 오세요”라 답해준다. 거의 마지막 손님들과 술을 한 잔하면서 “노동자들은 어찌됐든 헌법에 명시된 최저임금 이상은 받잖아요. 그 이하로 주면 불법이 되고. 이번에 우리 농민들도 같이 잘 살 수 있는 헌법을 만드는 데 함께 해주세요”라고 하자 “그냥 누가 티켓 줘서 아까워 먹으러 왔는데 티켓보다 많이 먹으면 안 되겠네요”하며 남은 티켓은 반납하겠다는 마지막 손님들의 말이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년에 주막하면 또 올게요. 잘 먹고 갑니다. 서명은 아까 계산할 때 했어요.”

집에 돌아가는 주막 손님들 한 명 한 명에게 너무나 고맙고 준비한 회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지만, 얼마나 많은 기금이 모였는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래도 다들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흔히들 기회는 지나가고 나서 안다고들 하지만 생각해보면 가끔은 지나가지 않았는데도 아는 경우가 있다. 이번이 그런 경우인 것 같다. 비록 많은 서명을 받진 못했지만 기회라고 생각하고 주막을 시작으로 다시 열심히 뛰는 남원시농민회를 기대해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