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농촌에 우후죽순 설치 우려 높아

[2017 농정결산]
농식품부, 농지법까지 개정해 '태양광 모시기' 앞장
농업진흥구역에도 설치 가능토록 규제 완화 예정

  • 입력 2017.12.23 11:16
  • 수정 2017.12.23 11:1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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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앞으로는 농촌에서 탐스럽게 자란 작물 보다 번쩍번쩍한 태양광 발전 패널을 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정부는 지난 10월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발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는 등 단계적인 원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백운규, 산자부)는 지난 20일 ‘제2회 재생에너지 정책협의회’를 개최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 추진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산·관·학·연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산자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의 7%를 차지한다. 이는 독일·영국 등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전력계통 안정성, 국내기업의 보급여건 및 잠재량 등을 고려해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 20%까지 늘리고, 2016년 13.3GW인 설비용량은 2030년 63.8G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약 50.5GW로 예정된 신규 설비 중 95% 이상은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게 된다.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산자부는 외지인과 사업자 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일반 국민 등도 쉽게 태양광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나설 전망이다. 주택·건물 등 도시형 자가 태양광을 확대하고 100kW 이하 소규모 사업을 지원한다. 또 농촌 지역의 경우 농업진흥구역 내 염해간척지나 농업진흥지역 이외의 농지에 태양광 설치를 활성화해 10GW의 설비 설치를 목표로 한다. 신규 설비 전체의 20% 가량이 농촌에 설치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산업부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 농식품부)와 협업해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모델’의 도입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농산물에 대한 품질관리, 농업인의 소득·경영 안정 및 복지증진을 관장하는 농식품부 마저 태양광 발전에 발 벗고 나서며 태양광 설비가 농촌을 잠식할 우려는 더욱 커졌다. 더구나 입지규제 및 사업 수익성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2018년 농지법의 대대적인 개정까지 예정된 상황이다.

그 동안 태양광 설비의 입지를 규제해 온 지자체별 조례는 주택 및 도로와의 이격거리를 설정·제한했다. 이마저도 태양광 발전 업자들에겐 입지를 규제하는 큰 걸림돌로 작용해 농촌으로 눈길을 돌리는 계기가 됐고 현재 태양광 설비의 약 63%가 농촌에 설치되고 있다. 이는 이미 여러 지역에서 대두되는 태양광 사업 반대 움직임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농지법 개정으로 농업진흥구역 내 염해간척지 또는 그 외 농지에 태양광 발전소 건립이 허용되면 농촌이 태양광 발전에 잠식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지법은 농지가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돼야 하고 투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기본 이념을 바탕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그 본질적인 이념까지 변경·훼손하며 농촌을 투기 대상으로 만드는 선두에 농식품부가 있어 앞으로 태양광 건설과 관련된 농민들의 반대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몇몇 간척지의 경우 벌써부터 태양광 발전소 건축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남동발전은 전남 해남군 문내면에 위치한 혈도간척지에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간척지 내 180만평의 부지에 약 400M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코자 총 6,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남동발전은 혈도간척지가 1960년 간척사업 이후 개발방안을 모색 중이며 잔류 염분과 농업용수 부족 등으로 농사에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시설 건설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간척지의 경우 물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 염해가 나타나는 게 당연하며 작년에 신설된 ‘문내양수장’ 덕에 앞으로는 물 공급에 문제가 없어 농사에 지장이 없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실제 해남에서는 올해 봄과 여름 지속된 가뭄을 해소하고자 문내양수장을 가동, 일대 2,100ha의 농지에 용수를 공급한 바 있다.

가뭄으로 인한 간척지 염해는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염해간척지 선정에 있어 까다로운 기준 설정은 필수적이라고 간척지 농민들은 주장한다. 정부가 농지법 개정을 미리 예고한 만큼 그 동안 규제에 가로막혀 추진되지 못한 태양광 패널들이 간척지나 농지 대부분에 우후죽순 난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작 불능 여부에 대한 객관적 판단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농민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이를 위해 농촌을 제물로 삼을 순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지역 인근의 농민들은 이미 기정사실화 돼 버린 농촌 태양광 사업에 농민과 농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지법 개정보다 앞서 농지를 보전하고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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