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재해보험, 개선 요구 빗발친다

[2017 농정결산]
자연재해·피해 증가하나
보험, 여전히 한계 많아

  • 입력 2017.12.23 11:14
  • 수정 2017.12.23 11:1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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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봄 국지적으로 쏟아진 우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들이 탄저병 발생으로 더욱 고통받고 있다. 지난 8월 경북 영주시 부석면의 한 과수원에서 수확을 앞둔 사과 대부분에 탄저병이 발생해 과수 곳곳이 짓무르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자연재해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며 그로 인한 농민 고충도 가중되고 있지만 유일한 보상수단인 농작물재해보험은 여전히 한계점이 산재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 한 해만 하더라도 지독했던 가뭄과 국지적인 우박·폭우로 많은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보험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농민들은 강풍으로 배가 다 떨어졌어도 보험사에서 인정하는 기상관측소에 강풍이 관측되지 않았다면 보상을 기대할 수 없으며 우박으로 멍든 과수를 따 버렸음에도 보상을 위해 휑한 과수원을 제초·방제하는 등 지속적으로 주의·관리해야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제도의 비논리성에 농민들은 보험의 존재 이유를 따지며 개선을 요구하지만 현실과 제도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 농식품부)는 현장 의견을 수렴한 재해보험 개선 의지를 밝혔으며, 실제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9일까지 5번에 걸친 시·도별 간담회를 통해 농민 의견을 청취했다. 그 결과 △보험요율의 산출방식 변경 △재해 무사고 농가 우대 △보험가입수량의 현실화 △보장범위·대상품목 확대 △손해평가 체계 및 방법 개선 등 다수의 건의사항이 도출됐다.

이에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오재협 사무관은 정책 개선을 추진 중이며 사과·배·단감·떫은감에 한해 자기부담 10%형 상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병충해 보장을 확대할 계획이라 발표했지만 농민들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한 개선이라기엔 다소 빈약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편, 이러한 재해보험의 개선은 지난 4일 열린 ‘현장농정 우수사례 보고대회’에서 우수성과 사례로 꼽혀 노고를 격려 받은 바 있다.

 

할증과 가격 편차

농작물재해보험은「농어업재해보험법」을 근거로 지난 2001년 도입된 정책보험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 경영불안을 해소해 농업인의 소득 및 경영안정을 도모하고 안정적인 재생산 활동을 지원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가입하나 보험료는 가입금액에 할증 등의 보험요율을 곱한 값으로 결정되는 까닭에 가입자인 농민이 재해 발생으로 인한 할증을 부담해야 하고 이는 정책보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이 할증은 시·군단위로 일괄 적용돼 재해로 인한 피해가 없어 보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해당 지역 내 다른 농가가 재해로 보상을 받았다면 이듬해 할증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불합리한 경우도 발생한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지역별 원예시설 보험료 조견표’에 따르면 원예시설 200평 1동의 평균 순보험료가 가장 높은 곳은 충남 세종시였으며 가장 낮은 곳은 경북 성주시로 약 87만6,360원의 격차를 보였다. 또 같은 시도 내에서도 경북 내 가장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문경시 104만9,400원과 가장 낮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성주군 17만3,040원은 최대 6배의 격차를 나타냈다.

한편, 보험료 할증과 가격편차 등으로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지역은 보험 가입을 꺼려 농작물재해보험이 정책보험으로써 그 취지에 부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정 방식의 문제

산발적으로 쏟아진 우박에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의 사과 농가는 물론 가뭄과 폭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전국의 농민들은 이해할 수 없는 보험금 산정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농작물재해보험에는 자기부담비율이 존재하는 데 농가에선 자연재해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왜 자기부담비율을 차감해야 하는 지가 의문인 것이다. 보험 약관에 따르면 자기부담비율은 농업인이 일정 수준의 피해를 부담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견제하고자 마련됐다. 하지만 현장의 농민들은 미치지 않은 이상 누가 스스로 작물에 피해를 입히겠느냐고 주장한다.

자기부담비율이 존재하기 때문에 농가는 피해 발생 시 피해율에서 자기부담비율을 차감해 보상받게 된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피해 농가가 발생한 피해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받고, 피해율이 자기부담비율보다 적은 경우 보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또 우박으로 인한 타박과의 경우 손상 정도를 분류해 보험금의 20~50%를 감액한다. 가공 등을 고려한 조치임에도 농가로선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손에 쥐는 경우가 즐비한 것이다. 게다가 상처 입은 과수가 썩을 경우 ‘농가의 관리 소홀’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버린다.

이와 같은 산정 방식의 문제점은 농가가 강력히 개선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무의미한 정책 개선과 보험에 대한 불신 팽배로 가입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도입 17년차 벼를 제외한 원예작물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아직도 14%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농식품부는 개선을 추진했다지만 농작물과 농가를 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하는 유일한 정부 정책인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농민들의 개선 요구는 아직도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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