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지역사회에 대한 지극히 정치적인 생각

  • 입력 2017.12.22 16:52
  • 수정 2017.12.22 16:54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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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과 메주 쑤기를 끝으로 그럭저럭 한 해 일은 마무리 된 셈입니다. 축산농가나 시설채소농가들은 여전히 바쁘겠지만 노지농사를 하는 대부분의 농민들은 이 철에는 비교적 짬을 내기가 쉽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마을회관으로 모이는 날들이 잦아지고 젊은이들은 동무를 찾아 읍내로 가지요.

구점숙(경남 남해)

더불어서 연말이 가까워지면 각종 계모임이나 동창회, 작목반들과 각 단위에서 결산을 주 내용으로 하는 총회를 엽니다. 큰 무리 없이 총회나 사업보고 대회를 마치고 식사를 하며 그간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사람살이의 맛을 느끼곤 합니다.

연말의 나들이를 보게 되면 그 사람의 사회적 관계망을 알 수 있습니다. 공적인 모임이 많은 사람, 사적인 계모임이 여럿인 이도 있고, 그 와중에도 외부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 이들도 있습지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일하는 재미로 사는 이들이 특이하게 마을마다 있습니다.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다고 뒷말들을 하지만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습니다. 삶의 방편도 다양하거니와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분야도 다르니 그럴 테지요.

크고 작은 모임들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남녀의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공적이고 규모 있는 모임일수록 남성이 많고, 사적이고 소소한 모임에는 여성의 참여가 많은 것 같아요. 각 성의 취향도 반영되겠지만 주로는 사회적 지위와 맞물리겠지요.

지역사회에 여성의 주도적 참여가 쉽지 않고 장려하는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다보니 여성 특유의 친화력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친밀함으로 표현되는 셈입니다.

밑바닥 정서야 큰 틀에서 함께 가는 것이지만, 지역의 소문을 끌어가고 정책의 방향을 잡는데 기여되기로는 응당 공적인 모임 쪽이니 이 분야에서도 여성들은 배제되는 모양새이지요.

아직도 고전적인 성역할을 가풍처럼 떠받들어 여성이 집안 내에 머물며 농사일과 가사노동 중심으로 역할 할 것을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겠지요? 암요, 가정 내에서 만의 활동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맺어지기 어려우므로 재미도 덜하고 성찰과 성장이 더디게 마련이니까요.

혹여 여성이 남성들에 비해 세상물정이 어둡다고 표현되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는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마을마다 있는 옹고집 농사꾼이 부지런하고 선량해서 다 좋은데 바깥세상 문제에는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일 것입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막지 않고 있을 뿐더러, 요새는 그런 분위기가 없다굽쇼? 아무리 옳다 해도 한 번 자리 잡은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잖습니까? 여성에게 억압적이었던 세월을 봐서는 그 보다 몇 배의 힘으로 독려해야겠지요.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는 농촌 지역사회를 보다 공정하고도 다정하게 바꿀 것입니다. 마을 개발위원, 마을 이장, 농협 대의원, 어촌계장 등등의 자리에 남녀비율이 엇비슷하도록 안팎의 노력과 지원이 있다면 조금 더 달라지지 않겠냐고, 한 해의 끝자락 즈음에 달달한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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