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홍보하는 한국 정부

  • 입력 2008.05.12 17:09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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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소비된 미국산 소는 3억5천마리, 그러나… 광우병은 전혀 없었습니다!
3억 미국인과 250만 재미 동포, 96개국 세계인들이 즐겨먹는 바로 그 쇠고기가 수입됩니다! 광우병, 들어올 수도 없고 들어오지 않습니다!
국민의 건강은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세요! 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가족부”

한미 쇠고기협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한국 정부의 일간지 광고 내용이다. 과연 우리 정부 부처가 내놓은 광고인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미국 정부, 미국 양축농가들이 해야 할 광고를 한국의 농업을 지키고 이끌어가야 할 농림수산식품부가 그것도 수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대신 하고 있으니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때마침 지난 1일과 5일 경기도 평택과 전남도 함평에서 연달아 한우농가가 음독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 농민들은 급증하는 채무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따라 한우가격이 폭락하자 이를 비관하여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잘못된 협상으로 우리 양축농가의 불안감이 그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단적으로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광우병 발병이 우려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비해 내놓은 대책은 거의 없다. 미국 도축장을 현지 점검하고, 원산지 표시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면서 양축농가들이 요구하는 송아지 가격안정제 기준가격 상향조정, 소득보전직불제 등  대책에 대해서는 예산상의 이유로 대부분 거부하면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니까 먹어도 괜찮다고 수억원의 국민들 혈세를 들여 신문에 광고를 싣고 있다.

더욱이 농식품부(당시 농림부)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광우병 발생을 막기 위해 ‘미국에 30개월 미만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점을 우려해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관계없이 모든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나니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모두를 수입개방하는 협상을 해놓고,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합니다”라는 신문광고를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4월18일의 한미 쇠고기협상 결과는 너무 졸속이었으며, 검역주권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지난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식품부장관이 “앞으로 광우병이 발생하면 장관의 직권으로 통상마찰을 각오하고서라도 수입검역을 중단하겠다”는 답을 했다.

사실 협상내용은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검역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었으므로, 이 답변은 결국 한미 쇠고기협상은 졸속이었으며, 지난번 협상이 잘못됐다는 점을 공식 시인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들여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협상을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전국민 대상의 광고를 내야 한다. 당연히 그 광고료는 잘못된 협상을 했던 담당공무원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 한미 쇠고기 협상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입증이 된 이상, 이제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잘못된 협상을 지적하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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