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수입농산물 판매와의 전쟁, 그 끝은?

지역농협, ‘바나나·오렌지 등’ 여전히 판매 ... 농협중앙회의 실질적 제재 견인이 관건

  • 입력 2017.12.22 15:28
  • 수정 2017.12.22 15:3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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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9월 23일 ‘백남기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 참석 차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협 하나로마트의 수입농산물 취급을 규탄하는 대회를 연 뒤 수입농산물을 불태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각종 FTA 체결로 무분별하게 쏟아져 오는 수입과일로 국내산 과일이 설 자리를 잃은 가운데 농협마저 이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은 농민의 입장에선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참담한 일이다.”

지난 10월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선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의 진술이다. 이는 지난 8월 전농이 농협 수입농산물 판매와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전달한 것이다.

농민들은 전국에서 농협을 성토하며 들고 일어섰고, 이에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의원도 질타를 쏟아냈다.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는 물론, 어마어마한 양과 품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바나나, 오렌지 외에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마늘·호박·당근·표고버섯·건고추·도라지·고사리와 심지어 콩나물까지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과일 일부를 수입하는 줄 알았더니 채소까지 수입하는 걸 몰랐다”며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이후 열린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수입농산물 취급으로 농협의 공신력 실추는 물론 농협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돼 국민으로부터 농협의 존재가치를 불신받고 있다”며 수입농산물 판매금지를 지시했다.

농협 하나로유통에선 이에 따라 제재 강화에 나서겠다는 공문을 전국 지역농협에 하달했다. 적발 시 자금지원 및 신형점포 설치 제한·업무지원 제한 등의 제재를 12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수입농산물 판매로 인한 경영이익 보다 부정적 이미지로 인한 각종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수입농산물 판매는 ‘소탐대실’일 뿐이다.

한국농정신문은 이 같은 흐름을 짚는 한편 4회의 기획연재를 통해 수입농산물 판매가 반복되는 이유와 근절 방안을 조명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그나마 전농이 농민회 각급 현장에서 농업을 지키고 농협을 바로 세우는 유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입농산물 판매 중단 투쟁을 통해 국회를 포함해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농협은 농협을 어떻게 바로 세워야 할지 모른 채 힘에 밀려 판매 중단에 나섰다. 그래서 또 재발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역농협에선 여전히 수입농산물 판매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충남 당진의 4개 농협을 비롯해, 경남 의령, 강원 홍천지역의 농협이 수입농산물을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전북 고창농협은 농민들의 설득 끝에 판매 중지 확약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현장 농민들의 끊임없는 압박만이 농협의 실질적 제재를 이끌어 판매 중단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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