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40] 남 얘기

  • 입력 2017.12.22 13:05
  • 수정 2017.12.22 13:07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귀농 2년차인 올 한해도 이제 다 지나가고 있다. 연구의 대상이었던 농업·농촌·농민을 내가 직접 연구의 대상이 돼 농촌에 들어가 농사일을 하는 농부가 되고자 한지 2년이 지나고 있다. 연구의 대상이었을 경우와 직접 내가 그 연구대상이 됐을 때 뭐가 다른 것인지를 최소 10여년 정도 겪어 보고 비교해 보고 싶다. 나의 문제일 경우와 남의 문제일 경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체험해 보고 싶기도 하다. 이는 직접 당사자가 아닌 남의 시각에서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접근할 때와 내가 직접 농촌에 들어가 농민이 돼 내 문제로서의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접근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내 스스로 점검해 보고 싶다.

아직 어떤 최종 결론도 내릴 형편이 안 되고 그럴 능력도 없다. 앞으로 8년 이상의 시간이 더 지나면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귀농 2년차 연말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 사회 즉 농정당국과 학계, 언론 등은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너무 쉽게 얘기하고 안일한 대책을 별 생각 없이 내놓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을 만약 나의 문제로 인식한다면 그렇게 함부로 한가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의 농촌과 농업, 농민은 그렇게 한가롭지 못하다.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농촌 지역이 한 둘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고, 농업은 뭐하나 제대로 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려우며 농업소득 호당 1,000만원은 십여 년 이상 지속되고 있고, 농민은 고령화되고 후계인력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 심각함을 고민하거나 대책을 수립하는 일에는 너무나 소홀하다.

농업·농촌의 비전이니 발전계획이니 하며 그럴듯한 정책을 나열하고 있으나 현장의 농민들에게는 너무 낯설다. 당장이 어렵고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미래 비전이니 발전계획이니 하는 것은 대다수의 농민들에게는 공허한 소리일 뿐이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는 물에서 빨리 건져 주는 것이 급선무이지 그 사람의 미래 비전이나 발전계획이 급한 것이 아니다. 일단 살아나야 미래도 있고 발전도 있을 것이 아닌가.

지금 당장 어려운 농촌현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없다. 미래 비전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일단 구해 놓고 봐야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농촌 현장은 하루가 다르게 축소되고 있다. 대다수의 농민들은 삶 자체가 힘겹다. 일부 잘 나가는 농업이나 농민을 전체로 보려 해서는 안 된다.

일단 물에 빠진 우리의 농업·농촌·농민을 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남의 얘기라고 한가롭게 미래 얘기나 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하루 속히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현 난국을 타계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